새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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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초등학생 운동회가 내일 열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나는 자랑질이라도 하려 드는 것인가. 낯이 뜨거워지려고 한다. 사실 새 운동화만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진짜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 이야기다. 아마도 1학년 때였을 것이다(또한 분명히 여기 어딘가에 써 놓기도 했을 거다). 대성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운동회라고 새 운동화를 받았다는 것. 뭔가 만화 주인공 그림이 전면부에 걸쳐 있는 그런 거였다. 근데 이게 엄청나게 컸다. ‘엄마가 6학년 때까지 신어라’고 큰 걸 사줬다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진짜 운동회날, 달리기하다가 운동화가 벗겨져서 대성이가 땅에 굴렀다지. 널부러진 운동화와 그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3학년까지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6학년이면 좀 멀다. 그때도 나는 이해를 전혀 못했다. 발이 커도 신발이 닳아서 못 신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깔창이라도 두 짝 정도 함께 사줬던가. 불혹의 대성이가 그 운동화로 인해 상처받지 않고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딱 맞는 신발도 잘 신고. 자식이 있다면 걔들에게도 딱 맞는 신발을 사주고. 설사 이름처럼 ‘대성’은 못했더라도.

어쨌든, 진짜 운동을 위한 운동화-가짜 운동을 위한 가짜 운동화는 일반 매장에 많지만 별 소용은 없다. ‘위런 서울’ 같은데 많이들 신고 나와서 커플샷 찍는데는 좋겠지만 막말로 퍼포먼스 향샹에는 도움 안 될 거다-를 오랜만에 샀다. 뭐 하프든 아니든 마라톤을 뛴다는 건 결국 이런 지름을 육체적 고통으로 정당화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2세대 ‘나노 아이팟+나이키 플러스 동글’의 조합으로 나이키 사이트에 거리를 열심히 쌓아 왔는데, 이리저리 찾아본 결과 그냥 아이폰에 GPS 앱 하나 까는게 미디어도 유지하면서 거리 측정도 훨씬 정확하리라는 계산에 시스템을 바꾸고, 그 김에 나이키 일변도의 운동화 선택에서도 벗어났다.

빠르면 일주일에도 오는 구매 대행이 이번엔 무려 18일이나 걸렸다. 주문 뒤 배송 출발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더니, 서부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출발지가 동부(최소 4일, 길면 5일 걸린다는 계산. 물론 근무일 기준이므로 월요일에 출발하면 그렇고, 아니면 실제로는 7일 걸린다), 그래서 12일만에 “배대지”에 도착했고 또 거기에서 며칠 만에… 너무 오래 걸린 탓에 채팅을 통해 1. 다음 구매에 쓸 수 있는 5달러 크레딧 받고, 2. 그 채팅 끝나고 확인해보니 그 사이에 10달러 가량 가격이 더 내려 그것도 돌려 받았다. 하루에 1달러 정도씩 더 절약한 셈이지만 전혀 기쁘지는 않다.

7~8년 만에 새 운동복 반바지를 사고도 그동안 발달한 기술에 놀랐는데, 운동화는 더하다. 물론 업체 사이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다. 이번 주엔 내내 웨이트든 달리기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서 오늘은 길도 들여볼 겸 가볍게 걷기 위해 나갔건만 신발 때문에 몇 km를 시험주행해봤다. 훌륭했다. 다만 하고 싶지 않은 달리기까지 하게 만드는 신발이라니, 나중에 발목을 도끼로 잘라내거나 ‘Run, Forrest, Run!’하는 상황이 찾아 올까봐 좀 두렵다.

2 Responses

  1. 모나카 says:

    제가 국민학교(!) 2학년 운동회 때 일명 하얀 실내화라고 하는 그것을 신고 달리기를 했는데요.
    원래 헐렁거리기도 했고, 달리기에는 소질도 없었는 데다가 달리다가 그만 한 짝이 벗겨지고 말았답니다.
    그걸 다시 돌아가서 주워서 달리니 꼴찌는 도맡은 거였죠. ㅎㅎ
    물론 어른들은 그게 참 웃기기도 하셨나 봅니다. 하지만 그걸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되는 마음이 더 컸으니… 🙂

  2. 요즘 살이 더 쪄서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전 울뿐입니다..ㅠㅠ;;

    조만간 버피랑 셔틀런이라도 해야할텐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