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라호텔 망고빙수-장점보다 단점
엉겁결에 올해의 신라호텔 망고빙수를 개시했다. 아무 생각없이 동대입구 역을 3호선으로 지나치다가, 문이 닫히는 순간 생각났다. 이를테면 망고 빙수 유레카의 순간이랄까. 금호역에서 내려 다시 거슬러 내려왔는데, 하필 그날이 시진핑의 방문일이라고 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지도.
하여간 종종 지탄의 대상이 되곤하는 이 빙수는 올해 42,000원이 되었다. 물론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이므로 엄청난 인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따라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봐야 여름의 시작과 끝에 한 번씩 먹으면 많이 먹는 음식일 뿐이니까. 핵심인 애플망고의 질이 기본적으로 좋기 때문에 거기에 묻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빙수 내외에서 단점이 많이 눈에 뜨였다. 먼저 가장 중요한 건 얼음의 질. 예년에 비해 두껍고 굵게 갈아서 결이 세로로 잡힐 정도였다. 말하자면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대패로 밀듯 얇게 결을 만드는데, 그 결 자체가 두껍다 보니 직각 방향으로 별도의 결을 형성해 나뭇가지처럼 개별적으로 얼어버린 것. 이게 씹힐 정도라면 잘 준비한 얼음이라고 볼 수 없고, 사실은 음식의 이름이 ‘빙수’인 것처럼 핵심요소이므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팥의 양도 살짝 줄어든 것 같다.
이렇게 핵심인 얼음이 못마땅하지만 애플망고의 힘으로라도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반면, 빙수의 설정이나 기타 서비스는 정말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빙수를 담아내는 그릇부터. 빙수를 담는 대접과 같은 모양으로 가는 시도는 좋은데, 이게 신라호텔 로비(라이브러리)의 설정과는 맞지 않아 손님에게 불편함을 안긴다. 그곳은 탁자가 낮고 소파를 들여놓은지라, 음식을 먹기에는 불편하다. 충분한 높이가 확보되어 밑에 무릎을 넣을 수 있어 음식을 가까이 놓고 먹을 수 있는 식탁과는 달리 소파에 앉아 힘을 주고 상체를 세우거나 기울여 음식과 거리를 좁히거나, 아예 덜어먹는 그릇에 담아 손으로 들고 먹어야만 한다. 이 경우 특히 유리 재질의 덜어먹는 그릇은 미끄러워 손에서 놓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먹다가 한 두 번쯤 그런 위기가 있었다. 예년에 비해 그릇의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 같지만, 기능적인 배려가 안 되었다면 결과는 실패다.
한편 서비스의 측면에서도 세심함이 부족하다. 계절 한정으로 내다가 인기 때문에 붙박이로 자리잡은 비 스위트 온의 녹차 빙수를 예로 들어보자. 물론 시원하려고 먹는 것이지만 갑자기 너무 차가울 수 있으므로, 도중에 먹으라고 뜨거운 녹차를 별도로 내준다. 42,000원짜리도 빙수에 그런 설정이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손님이 물을 요청(왜 시기를 봐서 다 먹을 때쯤, 아니면 처음에 내주지 않을까?)할때 의도를 헤아리고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주거나, 선호하는 온도가 있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물을 담아 내온 용기 또한 와인잔. 빙수 덜어먹는 그릇과 같은 이유로 이곳의 의자-탁자 설정과는 기능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관련 글에서 여러 차례 단서로 단 것처럼, 사실 이런 자질구레한 사항은 웬만한 곳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라호텔은 웬만한 곳이 아니므로, 이런 것이 문제가 된다. 늘 말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자질구레한 것을 놓치는 게 절대 일개 직원의 실수나 업무 미숙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건 분명 매뉴얼이나 프로토콜의 부재로 인한 것이고 분명 패턴(예전 팔선에 대한 글에서 ‘같은 호텔의 레스토랑과 로비에서 저녁과 디저트를 먹는데 연결 예약도 안 되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이 존재하므로 관리하는 전문가들이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접객업(hospitality) 서비스의 생명은 유기성일테니, 이런 자질구레한 부분에서 놓치는 게 꼭 있다는 건 이곳의 서비스가 그 유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빙수의 얼음 결이 나쁜 것보다도 장기적으로는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망고를 썩 좋아하는 건 아닌데, 궁금해서 아티제 망고빙수는 먹어 봤습니다.
아티제에서는 팥 없고 망고즙(?)이 첨가된 듯한 얼음으로 나오더라구요.
팥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라 좀 아쉬웠지만, 망고얼음은 맘에 들었어요.
하지만 차가운 걸 먹으면 바로 뒷통수에서부터 두통이 올라와서… 항상 친구랑 둘이 먹으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키게 되네요. ^^
요즘 망고빙수가 유행을 타더라고요. 빙수는 천천히 먹는 게 좋습니다. 그럼 또 빨리 녹아서…
저 같은 경우 처음 차를 주는 빙수를 먺어 본건 긴자에서 인데….
가게 이름은 기억이 안납니다만 겐마이 오차 계열의
차를 주는데 빙수와 정말 잘 어올리더군요, 두번쨰로 먹어본 집은 교토 우지의 유명점인 나카무라 혼텐인데
여기선 랍상소총 처럼 훈연된 차를 주는데 그 또한 새롭더군요 아마도 질이 좀 떨어지는 녹차잎을
훈연해서 한국으로 치면 보리차 처럼 주는 건데 따뜻 하면서도 입을 깔끔하게 정리해 줘서 한입 한입
먹을때 마다 빙수의 맛을 느끼게 해주죠.. 보통 빙수는 먹다 보면 나중엔 입이 얼얼해서 아무맛도
안나는게 대부분이라…
한국은 2~3년쨰 빙수 열풍이고 빙수가 너무 다양해져서 이야기 거리도
참 많아진것 같습니다. 우유빙수라는 것도 한국 고유의 문화 이고 여기에 일본빙수, 대만빙수
또 완전 창작 빙수까지 정말 다양해 진것 같고 한국에만 있는 눈꽃 빙수기(얼음을 갈지 않고
빙수가 직접 나오는 기계)까지…
2~3년 지나면 다 지나가겠지요? ^^:;
상당부분 빙수의 유행은 분해로 인한 부피 확보가 낳는 물성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달리 말해 얼음을 갈아 부피를 상당히 만들어 주니까 인기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풍성해보이니까요. 사실 어느 빙수라도 먹다 보면 아무런 감각이 없어집니다. 아이스크림 작은 한 스쿱이 더 낫다고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