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부풀린 하루
직장인들이 흔히 말하는 ‘월급이 통장을 스치고 가는’ 경험을 하고 망연자실 통장을 들여다 보았다. 이번 삶은 이대로 망한 것인가. 직장인은 다음 달에 또 월급이 들어오니 그렇다 쳐도 계약금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현실 속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런 우중충한 기분을 떨치고자, 어제는 하루 종일 밀가루를 만졌다.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지면 밀가루의 부피라도 늘려 생계를 유지해야 할 상황, 연습이라도 해야되겠다 싶었다. 오늘이 학기 마지막이라 뭔가 좀 준비해가야 되겠다 싶기도 했고. 위안 같은 거 별로 찾지 않고 살지만 그래도 반죽덩어리가 부풀어 올라 빵이 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구석이 있다. 반나절 동안 빵 몇 가지와 쿠키를 굽고 스튜를 끓이고 김치를 담갔다. 좋은 날 좀 안 오려나.
너무나 공감되요…우울한 마음을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추스릴 수 있다니 훌륭하세요. 이런 날들이 꾸준히 모이면 좋은 날 올 거에요.
네^^
오븐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부풀어가는 반죽을 보며 묘한 위로를 얻는 것, 공감합니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흐르는 시간을 따돌리고 그만의 세상에서 혼자 익어가는 걸 엿보는 느낌이랄까.
여튼 좋은날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용재님의 블로그를 발견한 오늘이 저에게는 좋은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