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파주에서 미팅을 가졌다. 여유가 있다면 가끔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좋고, 그럼으로써 다수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 막히지 않는다고 해서 느지막히 나온 길에는 차가 잔뜩 서 있었고, 2km쯤 간격으로 두 건의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180도 회전해서 중앙분리대에 찌그러져 있는 차는 본 적도 있고 바로 앞에서 사고가 터진 상황에도 처한 적이 있는데 옆으로 누운 10톤 트럭은 처음 보았다.

밖에서 말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적어도 그날이 저물 때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굉장히 힘들다. 그럴 때는 두 가지 방법으로 덜어낼 수 있다. 하나는 그냥 집에 찌그러져 있는 것이다. 돈과 시간과 노력이 가장 적게 드는 대신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또 다른 환경에 몸을 던져 몸이든 마음이든 완전히 지칠 때까지 그냥 계속해서 말을 하는 거다. 그럼 아무런 감각이 없어지니 그냥 별 생각 없이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정말 아주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떠들어대야 되는데 그런 상황을 만드는 건 현재 내가 사는 방식으로는 굉장히 어렵다.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의식적으로 만드는데 딸려오는 피곤함이 또 있다.

2 Responses

  1. 가나 says:

    같은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밖에서 말 많이 하고 온 날은 힘이 쪽 빠져요.
    전 무조건 며칠간 집에서 뒹굴뒹굴 거립니다. ㅋㅋ

    • bluexmas says:

      저도 뒹구는 거 좋은데 그러다 보면 또 일을 못하니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