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패감과 뜨개와 고양이

이 여름, 더위 만큼이나 열패감에 시달렸다. 아니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여름만의 일은 아니다. 작년 6월까지 아버지 사후 일처리를 한 이후, 일 년 넘게 ‘현타’에 시달리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열패감이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는 내 차례인데 앞으로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기분에 시달렸다. 할아버지가 79, 아버지가 80에 세상을 떠났으니 대략 내 앞에 30년의...

[학동] 무오키(*)-피로한 감칠맛

무오키에 방문한 날도 매우 더웠다. 생활권에서 강남은 최소 1시간, 꽤 힘이 들어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레스토랑에 도착해 스탭들, 특히 소믈리에가 좋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반성했다. 이런 날씨에 프렌치 커프 셔츠까지 입고 일을 하는데 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웰컴 드링크는 루바브로 균형을 맞춘 얼그레이인데 식사 시작에 입맛을 돋울 정도로...

[연남동] 연남면관-냉면의 진짜 관건

[연남동] 연남면관-냉면의 진짜 관건

국물만 차게 만들어 붓는다고 냉면이 되지 않으니, 진짜 관건은 면의 온도다. 200그램 수준의 탄수화물 덩어리를 국물에 말은 음식이 냉면이므로 면이 차갑지 않으면 바로 전체 온도가 올라가 미지근해진다. 따라서 삶은 면을 건져 그냥 수돗물 정도에 헹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얼음물처럼 좀 더 적극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서 온도를 충분히 낮춘 다음 국물에 말아야 냉면다운 냉면이 된다. 늘 지나다니면서...

20년만의 팬케이크 집중 탐구

최근 팬케이크를 진지하게 부쳐먹고 있다. 팬케이크에 탐구할 건덕지가 뭐 있느냐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많다. 사실 지난 25년의 대부분 동안 나는 팬케이크를 부지런히 탐구해왔다. 저 먼 옛날 푸드 네트워크 앨튼 브라운의 ‘굿 이츠’를 보고 한동안 팬케이크 믹스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비디오 보시라). 한편 기름자국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부치기 위해 늘 버터나 기름을 달군 팬에 소량 끼얹고 키친타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