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hock Infinite와 서사의 힘, 책의 미래

실로 엄청나다는 입소문에 발매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샀지만 이제서야 끝냈다. 소감은 아주 간단하다. 여태껏 안하고 대체 뭘했나. 물론 2차원 게임만 즐기던 인간이라 FPS의 3차원 투시도에 어지러움을 느꼈던 것이 문제지만… 어쨌든 방금 첫 번째 DLC 에피소드까지 끝내고 충격이랄지 감동에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물론 가장 직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부분, 즉 1인칭 슈터(FPS)라면 전투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전혀 아니었다. 물론 메카니즘이랄지, 각각의 “활력(Vigor)”이나 이를 엮어 쓸 수 있는 설정도 좋았지만 공중의 가상도시 콜럼비아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춰내고 음미하기에는 오히려 전투가 다소 거추장스러웠다. “게이머”로서는 ‘뉴비’에 가까운 내가 아직도 가장 재미있게 즐겼다고 꼽는 <데드 스페이스 2>의 이야기 전개-특히 갑자기 몰아치는 도입부와 최종보스전의 충격-가 얼마나 전투와 잘 맞물려 돌아갔는가를 돌이켜 보면,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전투는 오히려 사족같은 느낌이 있다. 스팀 세일에 집어온 전투 DLC <Clash in the Clouds>를 호기심에 몇 번 돌려보았지만 별 재미를 못 느낀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그건 사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게임의 이야기와 그 전개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스포일러는 접하지 않고 ‘끝을 접하면 멘붕이 온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정말 적절한 파장의 멘붕이 넘실넘실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든 뭐든 끝을 보고나면 이것저것 찾아 이해못한 부분을 보충하는 버릇이 있어 토요일 저녁 내내 관련 글만 찾아 읽었는데, IGN의 위키에 모든게 모여 있고, 그 밖 매체의 설명은 Forbes게 가장 나았다.

어쨌든, 끝낸 다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책을 쓰려면 그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더 잘 써야 한다. 안그러면 살아남을 수 없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이런 게임을 하고 나면 더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글과 책의 중요성이 소멸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 또한 언제나 압도적인 감각인 시각과 청각 등의 도움을 빌어 훨씬 더 몰입도가 높은(immersive) 환경을 구축한다. 물론 시각과 청각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그 단점이 결국은 책의 장점도 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 단계를 넘어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이젠 정말 책을 잘 쓰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 이르렀다고 본다. 기획부터 취재, 집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구석에서도 빠져서는 안된다. 인터넷 시대, 1인 1블로그의 시대에 모두들 글을 쓰니 책도 내는 것이 더 쉬워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은데, 내가 그와 정확하게 반대로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전이 잘 팔리는 이유? 물론 인문학이니, 교양이니 하는 유행 때문도 있겠지만, 많은 고전소설이 책만 존재하던 시절, 훌륭한 서사와 등장인물의 발달 등등을 일궈냈기 때문이라고도 나는 믿는다. 영화가 없던 시절, 시각적 즐거움은 결국 이런 소설의 행간을 읽으며 상상하는 것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을테니까. 또한 쓰는 사람도 그걸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면, 요즘 한국 소설의 좌표를 소비자로서 짚어보게 된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다루는 세계는 아마도 ‘장르문학’이라 치부할 확률이 높을텐데, 그건 과연 합당한 대우일까? 혹시 너무 작은 우주에 너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은 아닐까?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콘셉트를 닦은 켄 르바인은 극을 전공하고 영화 각본일을 했던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바탕도 글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게임도 바로 책을 통한 지식과 이론의 바탕이 튼실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만큼의 완성도를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나는 분명 글만이 글을 낳는 시대, 글이 글만을 낳는 시대가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가? 통섭이니 뭐니 하는 개념을 읊는 책이 잘 팔리고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얼마만큼 그런 개념에 대해 고려하는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지조차 못한다면, 승산이 있을까?

 by bluexmas | 2014/01/07 02:11 | Media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4/01/10 18:08

… 분 기억하시리라. 여기에 전말을 정리해놓았으니 즉각 이해가 가능한데, 한마디로 ‘책&gt;게임’이라는 발언을 했다. 나도 그의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데다가 며칠전 쓴 에서도 말했듯 ‘뉴비’지만 게임을 즐기는 터라, 그의 발언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문제는 스스로도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 일반화였다. 분명 … more

 Commented by 데빈 at 2014/01/08 00:49 
밀린 게임이 많아서 아직 못해봤는데, 지금 하고있는 게임 클리어 하면 한번 해봐야겠네요.

앨런 웨이크도 스토리가 괜찮아요. 안해보셨으면 한번 해보세요.

게임에서 떡밥 정리를 다 못하고 끝났는데, (아마 후속편을 염두에 둔것 같지만 후속편이 안나와서..)

곧 소설판이 나온다고 하니, 나오거든 읽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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