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조차도 지겹다. 차리고 먹고 치우는 것 이전에, 생각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두 끼만 먹으려고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을 먹고는, 초저녁에 소파에 누워 잠들었다가 자정을 넘겨 일어났다. 새해는 첫 날부터 망한 셈인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끼니를 한 번 더 차려 먹고 나니 더 그렇다. 완전히 망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쭉 생각해왔다. 블로그의 이름은 어느 시점에 바꿔야 하는가. 어느 시점에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삼십대가 아니니까. 고민(?) 끝에 최대한 뒤로 미뤄 내년 생일 이후로 정했다. 그럼 꼭 만으로 40.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까지는 이 블로그도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40. 무겁다.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오히려 그 노력이 더욱더 의식하게 만든다는 점을 알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생각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아버지가 같은 나이에 이렀던 그 해의 첫 날이었다. 삼십 몇 년전 쯤의 일이리라. 혼자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도 이제 마흔이 되었구나.’ 그리고 나의 차례가 돌아온 지금, 나에게는 ‘혹시 너도 그런 생각을 하니? 그때 나는…’이라 물어볼 아이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내가 처한 맥락에서는 철저하게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의 아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의 아이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맞다. 잠재적 아버지인 내가 베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혜택이랄까. 하지만 아무도 아무에게 ‘어때, 나의 선택 괜찮았지?’라고 물어볼 수는 없는건 조금 아쉽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맞는 선택이다.

이제 더 이상 새해를 위한 인간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때쯤 되면 좀 쌓이겠지’라 믿었던 삶의 요령 따위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젠 ‘요령 따위가 있다면 그게 삶인가’라고 생각하고, 정말 요령 따위 없는 스스로의 삶을 자위하는데 쓴다. 위로는 언제나 추한 것이니, 그저 자신이 자신에게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건넬 때에만 그나마 조금 덜 추하다. 그냥, 살자. 다만 당분간은 거울은 뚫어져라 들여다보지 않기로.

 by bluexmas | 2014/01/02 03:37 | Life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4/01/04 15:20 
내년이맘때 저도 비슷한 느낌이 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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