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Time-보여주는 행복 사이의 행복

연말 굴국 송년회하러 통영 내려갔다가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딱히 잘 만든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등뼈를 이루는 설정 자체는 좋지만 자기모순적이고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나비효과 거시기? 별 문제 없었는데?’라는 말로 영화 시작에서 못을 박아두지만 그래도 술통은 졸졸 샌다.

그럼 왜 감정이입을 했느냐… 그들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로맨틱 코미디니까 당연히 행복하지?’라고들 반문할텐데 그건 맞다. 등장인물의 죽음 등 슬픈 순간도 있지만 그마저도 살아 남은 이들이 행복의 땔감으로 쓰는게 이런 영화니까. 다만 보여주는 행복의 순간이 너무나도 그럴싸한 나머지 보여주지 않는 행복마저도 ‘그렇겠지’라고 믿도록 만든다. 그래서 난 울컥했다. 물론 내가 이들처럼 풍광 좋은 콘월 같은 동네에 살거나, 해변에 앉아서 장작불로 물 끓여 차를 마시고 야외에서 영화 관람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그저 겨울에 한두 번 정도 땅콩튀김 호떡 먹고 점선 이어 색칠공부하는 책 한 권이나 살까한 삶이었지만 그건 그대로 나쁘지 않았고 또 행복했다. 하지만 이들이 행복을 너무나도 잘 연기한 나머지 차와 영화 관람 등 사이의, 보여주지 않는 순간에도 충분히 행복했으리라 추측하고 또 납득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나는 그랬던 것 같지 않다.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땅콩튀김 호떡과 점선 이어 색칠공부 책 사이에 그렇게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랑 현실은 다르지 않느냐고?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공범이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아니겠습니까.

*사족

1. 부제를 굳이 달아야 한다면 <레이첼 맥아담스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2. 빌 나이는 나이 먹어도 여전히 멋있는데 자꾸 <언더월드>의 뱀파이어 생각이 나서… 어느 순간 ‘내가 시간을 가로질러 니들의 피를 빨아먹으로 왔다!’며 사람들 목을 물어뜯는 상상을 계속 했다.

‘어바웃 타임’ 다음엔 역시 ‘치맥 타임.’ 교촌은 다 좋은데 이렇게 잘게 쪼개어 튀기면 가슴살은 가죽된다.

 by bluexmas | 2013/12/27 00:38 | Movi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13/12/30 22:17 
빌 나이…영감님 전직중 하나가 바다에 빠진 영혼 캐비넷에다 가둬두기…였으니까요(퍽!!!) 말씀대로 언더월드의 빅터 역도 있지만요^^. 그런데 언더월드는…케이트 바겐세일 아줌마(퍽!!!) 가죽수트입은 모습이 주 목적인 영화아니었던가요…(먼산)

제대로 늙은 티 난 게 하필이면 프리드리히 올브리히트 장군역을 맡았을 때…(실제 인물은 쉰 중반인데 영화상으로는 6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겠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12/31 00:15
네 언더월드는 물론 그렇지만 영감님의 아우라가 북돋워주는 구석도 분명히 있지요^^ 멋집니다.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4/01/04 15:23 
어바웃 타임은 어바웃 라이프 였습니다….

여주인공의 존재감은 엔딩으로 갈수록 점점 작어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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