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22일차- Sterling Roasters 위스키잔에 마시는 커피?
집 바로 앞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글랜케런 잔에 내는 곳이 있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본점 또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찾아가봤다. 오래된 바/카페처럼 꾸려놓고 테이블보마저 씌워놓은 분위기. 두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갖추고 5달러에 함께 마실 수 있는 시음 메뉴를 갖추고 있다. 집 앞에서 마시고 의미에 대해 한참 고민했더터라, 결론을 내리기 위해 본점에 찾아가보았다. 그래서? 역시 에스프레소는 커피를 위한 잔, 데미타세에 내는 게 맞다.
가장 큰 문제는 온도. 손잡이도 없고 얇으니 온도가 맞는 에스프레소도 손에 쥐기에 뜨겁다고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잔은 매끈한 유리다. 생각보다 잡기에 불편하다. 한편 마실 때도 처음에는 코로 김이 올라와 불편해 향을 느끼기 어려운데다가 곧 식는다. 어차피 거의 한 번, 잘해봐야 두 번에 마시기는 하지만 데미타세에 마실 때보다 인상이 너무 급격히 변한다.
그 다음은 점도와 도수. 에스프레소와 위스키의 점도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온도와 도수까지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스키는 아주 조금만 마시므로 고개를 많이 젖힐 필요가 없는 반면, 에스프레소는 두 번 정도에 나눠 마시더라도 고개를 진짜 많이 젖혀야 하므로 다소 불편한 경험이 된다.
훌륭한 커피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맛을 느끼기가 정말 힘들었다. 의도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동의는 못하겠고, 자칫 잘못하면 부심 떤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다른 곳에서 물어보니 이미 그러는 것 같기도?). 이 에스프레소를 데미타세에 ‘제대로’ 마실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럴 수 없으므로 통과. 커피를 즐기려는 시도가 여기까지 이르는 것 자체를 높이 사야만 하는 걸까. 음식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고민하게 만드는 의도를 반가워하지만 이쯤되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진다.
*크고 아름다워 주문해본 마카롱은 보기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포틀랜드, 커피, 에스프레소, sterlingroasters
# by bluexmas | 2013/10/28 15:56 | Taste | 트랙백 | 덧글(2)
1 Response
[…] 그 정의에 들어맞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현지를 여행할 때 글을 써 소개한 것처럼, 이들은 위스키 잔에 에스프레소를 낸다. 물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