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 이 글을 읽고 작년 여름의 일이 떠올랐다. 사실은 잊지 않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코스트코에 갔다가 양 어깨에 한 짐씩 미제물건을 메고 죄책감도 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6631이 도착했고 사람들이 문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그 가운데 임산부가 있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설때쯤 모두 우산을 접고 비를 맞고 있었는데, 그 여자만이 사람들 한가운데에서 우산을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그리고 열 사람 정도의 머리 위에서 우산을 대차게 접고 가장 먼저 버스에 올랐다. 뒷자리가 비어 앉으려다 우연히 남편에게 날리는 카톡 몇 마디를 보았다(보려고 본게 아니다. 삼성 전화기 화면이 좀 커야지?). ‘날씨가 왜 이렇게 끕끕해~’,’몰라, 뭐 먹지 귀찮아~’,’자꾸 설사나와 미치겠어~’

… 임산부라 힘든 건 이해하겠는데 우산은 좀 먼저 접어주면 안됐을까? 라고 나는 요구할 수 있는 건가. 1년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생각한다.

2. 자신의 선택이라면 감수하는거지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사람에게 옆구리 찔러 절받을 필요가 있을까? 내가 거기에다가 대고 ‘아니, 제가 애를 셋이나 낳으시라고 했습니까?’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을 꺼낸게 애초에 아니잖아. 이런게 요즘 유행하는 ‘답정너’입니까 혹시?

3. 경리단길의 아주 작은 음식점에 갔는데, 먼저 온 20대 여자 손님이 활짝 열린 가게 문 바로 앞에서 담배를 열심히 빨았다. 물론 연기도 안으로 열심히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 옆가게에 온 손님이 앞에 차를 대자 주인에게 차 치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느냐 물었다.

3-1. 그 집, 아주 맛있었다. 원래 주인이랑 이야기 잘 안 하는데 식재료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4. 0.1g에서 555g까지 달 수 있는 저울의 전지를 갈았다. 4년 전에 샀는데 한 번도 안 쓴 채로 다 닳았다. 분자요리 흉내나 내보려고 샀던 것이다. 14년 전 눈먼 선물로 받은 카시오 지샥 프로그맨은 단 한 번도 착용한 적 없이 전지가 닳은채로 오늘날까지 그대로 있다.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5. 홈페이지도, 나중에 알려준 블로그에도 별 글 없는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메뉴에 대해 물어봤다. 누군데 왜 물어보느냐는 반응. 먹으러 가려는데 정보가 없으니까 물어보는거죠. 네이버 빠와 블로거 같은 사람을이 쫄깃담백 타령하는 거 보기 싫거든. 혼다시 넣은 파스타 맛있다고 그러면 안쓰럽거든. 그런 부분도 레스토랑 개업할때 반드시 갖춰야 하는데 생각 못하는 듯. 그렇다고 SNS 이용 못하는건가 보면 또 아닌게 손님 ‘노 쇼’ 이야기는 트위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5-1. 웬만하면 이제 그만 좀 하세요. 그렇다고 세계 수준의 음식을 하는 것도 솔직히 아니고.

6. 오늘처럼 잘 모르고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 트위터 타임라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적이 있던가. 누군가 자연의 섭리를 말하던데, 트위터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 자연을 심하게 거스르는 아파트에서 또한 첨가물 가득한 가공 식품 먹으며 산다. 자연의 섭리를 말하기엔 참으로 부자연스러운 삶이다. 게다가 자연의 일부라고 당당히 주장하기에 우리 삶이 너무 짧은 것도 문제(물론 길게 산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취향이 아닌, 정체성에 대해 비판이니 뭐니 운운하는 것도 문제… 이 짧고 각박한 삶, 결국은 제대로 사랑할 사람이 없는게 진짜 문제 아닌가. 그 대상이 아니라. 결혼해야 하고, 자식 낳아야 하고, 안정적인 직장 잡아야 하고…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 이미 잡힌 틀에 나를 맞추려 할때 미치고 불행해진다.

6-1. 내가 뭐 영어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닌데, 종종 ‘우와 너 영어 아주 자~알 한다. 미국에 몇 년 살았니?’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전형적인 남부 백인들. 아니면 ‘야 너 미국이 좋니, 니네 나라가 좋니?’라고 물어보거나.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는거지.

6-2. 어떤 사안에는 무관심이 관심이다.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여태껏 언급 안했다. 앞으로도 안 할거다.

7. “손맛타령” 안하면 ‘가치로운’ 남자가 될 수 있나? 나 그런 거 안하는데. 세상에 손맛이라는게 어디 있어, 손에서 양념이나 조리신의 아우라가 뿜어 나오는 것도 아니고…

 by bluexmas | 2013/05/31 01:55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13/05/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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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at 2013/06/03 01:05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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