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에서 바라는 세 가지 요소

초등시절 즐겨 읽던 아무개 문학상 수상작을 서점에서 집어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아 먹지 못하는데 박물관인가 뭔가가 ‘지어졌다’길래 짜증이 확 치밀어 올라 덮었다. 소설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래야만 하는데 왜 문장에서 사람을 지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나는 수동태와 외래어 및 외국어 남발을 고민 없음으로 받아들인다.

저런 식으로 요즘 나오는 한국 소설에 고질병처럼 공감하지 못하다 이제서야 <7년의 밤>을 읽었다. 소비자, 또한 큰 존재감 없는 생산자 앵쪽의 입장을 하나로 아울러, 세 가지를 소설에 기대한다. 첫 번째는 작가가 허세나 자의식을 과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글이 작가보다 더 커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사회, 시사적인 주제 다 좋은데, 그보다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는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야기는 삶에 기대고 삶은 다양한 사건사고를 자연스레 품고 있다. 굳이 억지로 찾아 내세울 필요가 있는지 그걸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모든 삶은 이야기 그 자체다’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두 번째는 쉬운 문장이다. 어려운 단어 사용의 유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크게 보면 그것 또한 아우른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호흡을 조절하고, 읽는이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만드는 작가가 좋다. 세 번째는 밀도다. 짧고 간결한 문장에 쉬운 단어로 자아내는 밀도면 더 좋다. 별로 쓸 게 없는데 억지로 짜낸 건 아닌지까지 생각하도록 만드는, 듬성듬성한 소설이 싫다.

<7년의 밤>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소설이었고, 즐겁고 때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한 이틀만인가 후딱 읽고 며칠 즐겁고 또 한 편 부러웠는데, 며칠 지나 감흥이 가라앉으면서 몇 가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최현수의 설정이 가장 걸렸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포수로 설정하는 등, 야구에서 빌어온 부분 전체가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가 아니거나 그냥 겉만 슬쩍 본 속성만 가지고 정형화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말이 많거나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성격의 등장인물이 마지막에는 너무 청산유수로 풀어놓으니 좀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그 청산유수가 막판에서야 몰아서 일어나는 사건의 실마리 또는 전말의 해설이다 보니 왠지 급하게 마무리하려는 의도인가, 싶기도 했다. 그와 함께 이 전체를 아우르는 매체가 소설이라는 설정 또한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좀 복잡하게 쓰고 싶은 의도 또는 욕심을 너무 빤히 드러내는 건 아닌가 싶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일어나는 갑작스런 장면 및 화자의 전환은 오히려 몰입에 방해로 작용했다.

뭐 줄줄 늘어놓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잘 읽기는 했다. 이런 소설이 더 있는데 내가 못 찾는 건지, 아니면 그냥 없는 건지 그게 궁금했다. 물론 세상은 넓고 죽을 때까지 읽을 책은 많다. 요즘은 이창래의 <Native Speaker>를 짬짬이 읽고 있다.

 by bluexmas | 2013/05/18 01:36 | Book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3/05/18 04:41 
네이티브 스피커, 번역도 잘 된 편이고 원서로 읽어도 참 좋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우아한 문체로 썼을까,라고 감탄했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5/27 00:34
네 다 읽었는데 정말 훌륭하네요. 번역판은 10년 전에 나오고 안나왔더라고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3/05/18 09:47 
왼손잡이 포수는 사실상 없다는 게 이 작품 최대의 설정오류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Commented by DonaDona at 2013/05/18 10:13
잠수부까지 나왔던 소설에서 포수가 최대 설정 오류라니… ㄷㄷ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5/27 00:34
엌 그러고 보니;;; 왼손잡이는 포수를 시키지 않죠;;;;;

 Commented by  at 2013/05/18 12:55 
저도 이 책 최근에 읽었는데 재밌게 봤어요. 밀도 높은 이야기 읽는 재미를 느낀 게 되게 오랜만이라 좋았어요. 세령, 서원이 한동안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5/27 00:33
네 소설가들은 자아 팽창에 바쁘셔서 이런 글은 못 쓰시나봅니다…

 Commented at 2013/07/16 14: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7/16 19:49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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