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성동]해장국 사람들- 반찬 문화, 재고해볼 필요 있다

며칠 전,<백송> 옆의 <해장국 사람들>에서 저녁을 먹었다. 원래 계획에 없던 끼니인데 눈에 띄길래 그냥 들어가 선지국(9,000)을 먹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선지 자체는 아주 좋았지만 밥이며 국의 콩나물 등등은 중간 정도였다.

사실 이날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했던 건 여기 음식 자체보다 이렇게 전형적인 상차림에서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식당) 반찬 문화다. 평소에 좀 짜게 먹는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짰는데, 다른 반찬들 또한 국보다 딱히 더 싱겁지 않아 균형이 안맞았다. 짤거라고 뻔히 알았지만 안 먹어본지 오래라 맛본 젓갈은 정말 너무 짜서 이 상차림에 왜 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소금과 건강의 상관 관계는 아직도 완전히 한쪽으로 결론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 말하는 짠맛의 문제는 거의 100% 맛의 균형에 초점을 맞춰 제기하는 것이다.

종종 가서 몇몇 포스팅-어떤 것들은 너무 난삽하다. 에드 르바인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만 보는 시리어스이츠에서 최근 문을 열었다는 뉴욕 한식당에 대한 을 올렸는데, ‘먹을 수 없었다(inedible)’이라고 묘사한 반찬이 눈에 들어왔다. 브로컬리 게맛살 볶음(또는 무침). 평가의 대상인 식당은 요리 한 접시에 최고 30달러 가까이 하는 곳, 차라리 브로컬리만 잘 삶아서 무쳤다면 모를까 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식당에서 왜 게맛살을 내는지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나는 우리나라의 반찬 문화가 지겹다. 아니, 반찬 문화 자체보다 거기에 들러붙은, 공짜 지향주의와 체면치레가 싫다. 먹는 사람은 ‘질보다 양’을 원하고 파는 사람은 손님을 끌어야 하니 안하느니만 못한 반찬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반찬은 의외로 손이 굉장히 많이 간다. 나물 한 가지를 무치려고 해도 다듬고 삶아 물기를 짜고, 또 한편으로 ‘갖은 양념’을 준비해서 무쳐야 한다. 내 입에 넣으려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번거로와 손질할 필요 없는 포장육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구워 먹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발효를 시켜야 하는 김치의 사정은 한층 더 복잡하다. 심지어 막 만들어 그런 이름이 붙은 ‘막김치’조차도, 특히 급식을 위한 대량 조리라는 맥락에 집어 넣고 담그려면 굉장히 큰 일이다.

이러한 복잡함 또는 번거로움은 단순히 만드는 과정에만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다. 담아야 하니 그릇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설거지도 많이 나온다. 물이나 세제는 공짜가 아니다. 한편 그 반찬과 식기를 보관할 수납 공간도 필요하니 식당 공간 또한 기본적으로 더 필요하다. 이 모든 걸 다 감안하면 소위 말하는 ‘밥집’을 하는 건 같은 가격에 음식을 판다고 할때 일본식 덮밥이니 하는 것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살아 남기가 어렵고, 그러기 위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불법 노동력이나 질의 저하에 기대 근근이 살아남는다. 결국 ‘즐기는 끼니’가 아닌 ‘채우는 끼니’로 전락한다.

아주 극단적인 의견을 펼치자면 그렇다. 나는 식당에서 김치를 아예 안 내놓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꼭 먹어야 되겠다는 손님이 있다면 주문 식단제를 도입해서 추가금을 받고 내는 거다. 다른 반찬도 마찬가지다.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질에 집중하고, 반드시 먹고 싶은 반찬만 시켜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인다. 외식에는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집에서 못먹는 음식을 찾는 마음이다. 김치도 안 담가 먹는 집이 많고, 맞벌이 등으로 바빠서 반찬을 자주 또는 다양하게 해먹을 수가 없는 가정도 많으니 일하면서 먹는 점심에서 만족을 찾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비싼 물가, 부동산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한다면 그 정도 돈에 다양하게 반찬 깔아놓고 맛의 측면까지 만족시켜 주는 음식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계속 양만을 좇을 것인지, 아니면 멀리 내다보고 질적인 성장을 추구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할 시점이다.

 by bluexmas | 2013/01/18 09:57 | Tast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다라고로 at 2013/01/18 10:27 
글에 공감합니다.

일본에서 생활중인데, 처음에는 반찬도 돈을 받는다는 것이 어색하다가, 적응하니 쓰신 글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싼 음식가격을 유지하면서 또 여러 반찬이 나온다는 건 음식 질을 유지하기 어렵지요. 그리고 나온 반찬중에 안 먹는 반찬이 있으면 또 그건 그거대로 음식물쓰레기가 되고..(아니면 반찬재활용…)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24 00:22
네, 반찬 많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먹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또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삼별초 at 2013/01/18 10:34 
가장 짜증이 나는 손님은 덜 먹고 더 달라고 하길레 다드시고 드시는게 어떠냐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래도 우기셔서 기어코 달라고 하셔서 드렸다가 한 젓가락 집고 남긴 손님이죠

정말로 열불이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24 00:22
아이고 그러시겠네요;;; 손님 매너도 정말 꽝이죠…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3/01/18 16:08 
만든지 꽤 오래된 느낌이라 손이 가지않는 반찬은 참 허무하죠. 돈 내고 더 상태 나은 반찬을 접하고도 싶은데…아직은 선택권이 없죠.

반찬 유료로 해서 장사 잘 되는 식당이 생기면야 여기저기 생길텐데, 현실이 그렇지않으니 아무도 엄두를 못내나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24 00:23
금방 만들어도 맛이 없는 반찬은 많죠. 특히 과일 “사라다”는…

 Commented by 나녹 at 2013/01/19 13:58 
저 뉴욕 한식당 요즘 떠오르는지 이름을 자주 듣네요. 게맛살은 브로콜리랑 색깔이 잘 어울려서 썼으려나; 다른 데서도 본 기억이 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1/24 00:23
브로콜리만 넣으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지도 모르죠 ‘ㅅ’ 새로 문 연 식당이라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13/01/24 06:20
그런가봐요 오늘도 지역신문에 실렸네요. 한식당특집인데 모던코리안 부문에 올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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