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 부코 osso buco가 있는 풍경

이 레시피를 보고 간만에 오소 부코 생각이 나서 만들어 먹었다. 이름이 있어 보이지만 그냥 조림이다. 정강이나 꼬리처럼 오래 익혀야만 먹을 수 있는 부위로 만드는데, 한참 갈비로 만드는게 유행이었다(여기에 대해서는 braising liquid, 즉 ‘조림 국물’을 ‘브레즈 용액’이라고 용감하게 오역한 게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를 읽어보실 것). 우리나라에서 간장 양념을 쓰듯 토마토로 오래 푹 끓이면 고기에서는 콜라겐과 젤라틴이 탈바꿈의 한판 승부를 벌이면서 진득함을 엮어내고, 그 위에 나머지 채소들은 토마토와 어우러져 감칠맛을 수놓는다. 가정집에서는 약한 가스불위에서 끓이겠지만, 만약 오븐이 있다면 냄비 전체를 한꺼번에 데우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레시피에서는 165~175도에 익히라고 얘기하지만 125도 정도에서 그 두 배의 시간 정도를 익히는 편이 훨씬 더 좋다. 너무 오래 익혔기 때문에 기대하기 어려운 신선함은 마지막에 그레몰라타로 불어넣는다. 마늘과 레몬 제스트, 이탈리아 파슬리를 한데 다지면 그 향이 확 살아나면서 오소 부코의 경험을 한층 더 복합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고기가 있다면 탄수화물이 빠질 수 없는데, 페투치니처럼 굵고 넙적한 파스타도 좋고 자잘한 알갱이 파스타인 쿠스쿠스도 좋고, 다 없으면 그냥 먹다 남은 찬밥도 좋은데, 오소 부코라면 역시 이탈리아 옥수수죽인 폴렌타가 최고의 짝이라고 생각한다. 한 30분 정도 불 앞에서 열심히 저어가며 끓이다가 크림과 버터를 넣고 마무리하면 된다. 요즘은 해먹은 음식 사진을 잘 안 올리게 되는데, 해가 잘 안 들어오는 집에서 저녁 시간에 만드는 게 대부분이 그럴싸한게 없기 때문이다. 술은 좀 세고 굵은 레드 와인이 좋으니 당연히 바롤로쯤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갖춰놓았을리 없으니 비싸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오래 남겨 두었던 진판델을 따서 짝을 맞춰주었다. 그리하여 어둠 속의 오소 부코 완성.

 

음식, 오소부코, 폴렌타 # by bluexmas | 2012/11/23 18:26 | Tast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naut at 2012/11/23 20:55 답글 귀찮음을 극복하면 저는 엔초비를 넣어서 4시간… 음음음 내년 봄에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2/02 16:58 근데 사실 귀찮지도 않아요. 오븐 있으면 특히 별로 신경쓸 게 없지요 ‘ㅅ’ Commented by renaine at 2012/11/23 21:00 답글 와규 소세지와 폴렌타, 앤초비를 곁들인 타파스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오소 부코도 맛있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2/02 16:58 네 폴렌타는 위에 뭐든 얹어도 참 맛있죠^^ Commented at 2012/11/23 23:32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12/02 16:5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2/11/24 05:26 답글 아니 무슨 맛인지 모르는 음식인데 설명과 함께 때깔좋은 사진을 보니 침이 넘어가네요. 게다가 파슬리! 파슬리 좋아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12/02 16:59 특히 이탈리안 파슬리 향이 더 좋아요^^ 오소부코는 쉽게 드실 수 있을 거에요, 뉴욕이라면.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