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레스쁘아- 확장과 수준 유지

토마스 켈러는 인터뷰에서 ‘셰프가 없다고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건 셰프 그 자신부터 자격이 없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늘 한다. 그랜트 아케츠(알리니아), 코리 리(베뉴), 조나단 베노(링컨), 에릭 지볼드 등등 온갖 쟁쟁한 셰프들을 배출(‘키웠다’라는 표현은 그의 철학을 감안할때 적합한 것 같지 않아 의도적으로 쓰지 않겠다)한 걸 보면 뭐 그렇게 말할만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토마스 켈러의 우주에서처럼 돌아갈 수 없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셰프가 훌륭하다고 해도 그만큼 훌륭한 인력들이 주방을 가득 메워서 셰프가 직접 음식을 하지 않더라도(물론 직접 하는 건 셰프의 역할이 아니다), 또 셰프가 없더라도 같은 수준의 음식을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저 토마스 켈러의 이야기를 ‘셰프가 없어서 음식 맛이 별로였다’라고, 레스토랑에 상관없이 불만족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지만 그게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이상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는 알고 있다.

서두가 길었는데, 한 달쯤 전인가 확장해 문을 연 레스쁘아에서 저녁을 먹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임기학 셰프의 음식이 훌륭하다고 이야기해왔던지라 그 내막은 정확하게 몰라도 보다 더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다면 발전,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생존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큰 그림을 보았을때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먹었던 음식은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것만큼 고무적이지 않았다. 89,000원인가 하는 중간 코스에 와인 한 병을 곁들여 먹었는데, 요리 하나의 어느 디테일 한 두가지가 문제라기 보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소금 약간, 저기에 식초 조금… 하는 식으로 음식의 균형이 묘하게 맞지 않았다. 한마디로 “우리 입맛에 맞춘” 양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들큰하면서도 짠맛 또한 두드러지는 양파 수프처럼 전반적으로 생생한 표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생생함을 코스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없었다. 시저 샐러드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그 맛 자체가 폭력적이기까지 하다는 앤초비의 맛이 확 살아나는 매력도 없었고 드레싱에 버무린 로메인도 살짝 ‘watery’했다. 추천을 받아 프티 쉬라를 마셨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 만큼 표정이 생생했더라면 괜찮았을 음식들이, 프티 시라의 카라멜화한 설탕 같이 강한 단맛에 기죽는 느낌이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그날만 일시적으로 요리사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 할 수도 있지만, 혹 레스토랑을 확장해서 여는 과정에서 뽑은 요리사들이 100% 정확하게 셰프가 원하는 수준의 음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만일 호흡 문제라면 레스토랑을 아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행이고, 혹시나 역량 문제라면 우려가 된다. 레스쁘아의 콘셉트는 프렌치 클래식의 재현이니, 그렇다면 무엇보다 조리(execution)이 완벽해야 매력적일 수 있다.

더우기 확장이라고는 하지만 실내에서만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늦가을과 늦봄 사이의 계절에는 그다지 넓다고는 할 수 없어보이는, 작은 2인용 테이블 위주의 공간은 눈으로 보는 것만큼 실제로 즐겼을때 매력적이지 않다. 비슷한 수준의 음식을 낸다면 사람들은 보다 더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공간을 찾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Tavern 38>의 음식이 여기보다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같은 수준이라면 편안한 공간을 선택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주방에서 직접 준비한, 따끈한 빵이 나오는 건 반가웠지만 디저트는 여전히 음식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바바 오 럼. 원래 ‘바바(baba)’는 이스트로 발효한 빵으로 브리오슈에 가까운데 이날 먹은 건 스폰지 또는 제누아즈 같은 케이크였다. 물론 케이크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이게 딱히 촉촉하지 않은지 럼 소스와 섞으면 자잘한 알갱이처럼 부스러져 깔깔했으니 그러한 측면까지 고려해서 디저트를 계획한 건지 그게 궁금했다.

 

 by bluexmas | 2012/10/24 11:04 | Tast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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