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암스테르담

돌아오는 길은 조금 버거웠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바퀴를 디뎠을때 시계를 보니, 레이캬비크에서 일어난지 딱 24시간 만이더라.

원래 오래 걸리는 여정이었지만, 비행기가 두 시간 늦게 뜨는 바람에 더 오래 걸렸다. 덕분에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오는 내내, 허겁지겁 암스테르담을 찍고 온 내가 너무 우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암스테르담이 EU 또는 슁겐 조약의 출입 관문이라 여권 도장을 찍어야 되는데 그걸 거치기 전에 출국을 해서 시내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다가 제지를 당해서 까딱 잘못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뻔도 했다. 물론 잘 넘겼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준비해갔으나 그렇게 모자랄 것 같지도 않은 시간에 쫓길거라는 염려에 우산이며 방수옷을 락커에 놓고 나와 한 시간도 못 머무는 동안 암스테르담에서 비를 쫄딱 맞았다.

그렇게 찍고 온 암스테르담은 9년만이었다. 중앙역 앞 동네야 뭐 유럽이 그러하듯 큰 변화는 못 느꼈는데(뭐 그럴만큼 찬찬히 뜯어보지도 않았지만), 뒷쪽 동네(이름이 뭐더라…)에는 못보던 건물 등등도 있었다. 하긴 거의 10년만이니.

아이슬란드에서는 미안하게도 음식이라 할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몇 시간 머무르는 동안 네덜란드에서 뭘 좀 찾아볼까 인터넷을 뒤지고 동선을 짜보고 온갖 난리를 쳤는데, 알고 보니 거의 모든 레스토랑이 월요일에 닫는다고 한다. 찾기 전에 알았으면 괜히 전심전력으로 구글맵 따위 뒤지고 할 필요가 없었을텐데 좀 억울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사진의 소/돼지/오리 모둠을 먹은 南記食家. 혹시 몰라 아이슬란드에서 쓰고 남은 돈+환급받은 푼세금을 바꿔 꼴랑 23유로를 들고 갔는데, 인터넷에서 본 것과는 달리 이 중국집도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물도 반드시 사먹어야 하므로 2유로. 고기 한 접시에 11유로였으니 남은 돈은 10유로, 미친듯이 탄수화물이 먹고 싶었으나 11유로 이하의 음식이 없었으므로 눈물을 머금고 고단백 식사를 계속 유지하려는 찰나,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런 중국집들이 요리를 시키면 밥을 고봉으로 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개당 2.5유로짜리 굴찜을 두 개  추가로 시켜 사진의 밥을 다 마셨다. 전혀 안 친절하고 전혀 안 깨끗한데 음식에는 불만이 없었고 특히나 돼지고기는 껍질이 무서울 정도로 바삭해서 분명 튀겼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무섭게 바삭할 수는 없는터라 진짜 무서웠다. 어쨌든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다 마시고 다시 비를 맞으며 역까지 뛰어와 터덜터덜 공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가 두 시간 더 지연될 거라 알았더라면야 한 바퀴 느긋하게 돌고 왔을텐데, 그것도 생각해보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안내켰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돌아왔다. 유럽 중국집 특유의 군내 같은 게 있는데(분명 새우 아니면 밥 둘 가운데서 하나 때문에 나는 냄새), 그 냄새를 다시 맡으니 참으로 여러 생각이 나더라.

 by bluexmas | 2012/09/28 08:26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나녹 at 2012/09/29 23:35 
무서운 돼지껍데기 무섭네요. 뉴욕은 HOPKEE라는 가게가 유명하다고들 하는데 여즉 못가봤습니다.

 Commented by Blackmailer at 2012/10/01 11:25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저것과 비슷해보이는 돼지고기의 조리 과정을 본 적이 있습니다. 껍데기에 작은 구멍을 무수히 낸 후 식초를 발라 고온에서 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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