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개막식 미디어 가이드 번역 후기

트위터에서 어제 아침에 잠깐 이야기했는데,  SBS의 런던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위해 공식 미디어 가이드를 번역헀다.  방송의 기본 자료를 내가 번역해서 만들면 그쪽 작가가 완전한 자료를 만드는 식…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나도 오늘 일곱시에 출근하느라 뭘 제대로 보지 못해서 어떻게 나갔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모른다 ㅠㅠ

 

원래 이 미디어 가이드라는 게 그쪽에서 늦게 나온다고 들어서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시간으로 수요일 밤 열두 시 반쯤인가에 나왔다고 전화를 받아 바로 준비를 해서 약 한 시간 뒤에 날아온 PDF로 약 50쪽쯤 되는 걸 번역, 몇 시간에 한 번씩 메일로 보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금요일 아침까지는 끝내야만 되는 일이었는데 전부 열 시간쯤 걸린 것 같다. 사실 이런 경우 레퍼런스를 잘 찾아보는게 중요한데, 그럴 시간이 당연히 없었으므로 쉽지 않은 일이었고 분명 오류가 있었을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시간과 마감과 분량 등등을 계산해서 쪽당 소요 시간을 냈는데 중간에 국기였나 올림픽기 게양하는 군인 명단 이름에서 계급이며 뭐며 정말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ㅠ 심지어 뭔가 알 수 없는 단어는 말 종자인줄 알고 검색해봤더니 계급이 상병이신 무슨 말님이신데 이름은 호빗 종족인지 뭐였다 ㅠㅠ 그 페이지는 꽤 시간이 걸려 번역했는데 방송에 쓰였는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기자도 아니고 방송 관계일도 해본 적이 없어 그런 걸 진짜로 지키는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에 그 엠바고라는 게 나오길래, 아 뭐 이런 건 지켜야 되는 것인가보다 생각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 가장 많이 화제가 되었다고 들은 그 미스터 빈(로완 앳킨슨)의 깜짝 등장 장면에도 ‘관중들의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으니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 그 외 몇몇 행사의 내용도 그 가이드가 나온 시점에는 공개되지 않으니 홈페이지인가를 확인하라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이런 것들을 실제로 보도하는 사람들이 지키는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찌되었든 재미 차원에서도 내가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서, 어제 트위터에서도 딱히 언급하지 않았고 망설였지만 블로그에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런 화제로 어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트위터에서 지랄을 떨어야만 하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한 이야기로 사람의 상황을 파악하는 재주가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덕분에 좀 피곤했다. 왜 내가 이 원고를 단 하룻만에 번역해야만 하는 이유가 방송국의 현실 같은 것과 얽혀야 하는지 난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책을 내거나 원고를 쓰면 그것에 대해 내가 한 일이므로 관심 가져달라고 이야기해왔듯, 같은 의도에서 이야기한 것 뿐이다. 나누기 위해서.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닌데. 자기 잘난 거 그렇게 드러내고 싶으면 무기명으로 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정당화해가며 쓰는 트위터보다는 메일 등으로 직접 연락을 주셨으면 합니다. 제 메일 주소는 블로그 좌측 상단에 있으니까. 콜드플레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저보다 수동 RT에 더 친절하고 너그러우면서 “급”도 되는 사람에게 물어보시고.  

 

정말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하여간 스릴 넘쳤다. 행사 줄거리 등등을 읽으면서 등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는데, 한편 우리나라에서 다시 올림픽을 한다면 대체 뭘 보여줄까 궁했다. 아이돌 무대 같은 것보다는 제주도 해녀의 노래랄지 된장 60년 담근 장인 할머니의 독춤 뭐 이런 걸 듣고보고 싶다. 진심이다. 

 

원래 식중 연설도 원고가 나오면 바로 번역해서 보내줘야 한다고 해서 새벽에 대기했는데 연락이 없어, 끝나고 알아보니 늦게 나와 대신 동시 통역을 붙였단다. 별 이변이 없는 한 폐막식도 내가 맡을 예정이니 관심 가시는 분은 보아주시길. 

 by bluexmas | 2012/07/28 19:16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애쉬 at 2012/07/28 19:36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엠바고는 안지키면 왕따당한다는데요 뭐 보복할(?) 능력이있는 취재원만 엠바고를 거니까요

안지키면 취재원도 빡이 돌지만 엠바고를 지키고 있던 동업자들은 특종을 뺏긴거니까 뒤가 좋진 않을겁니다 ㅎ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2/07/28 20:34 
암튼.. 개인적으로는 런던 개막식은 제가 본것중에서 쵝오였습니다….

 Commented at 2012/07/28 23: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2/07/29 01:42 
의미있는 대작업에 참여하셨군요. 일이 일인만큼 페이 세게 부르세요 ㅎㅎ 세게 불러서 나쁠것 하나 없습니다~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2/07/29 02:48 
와, 정말 대단한 작업을 하셨네요! 저도 소소하게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 문서를 번역하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폐막식도 기대하겠습니다!

 Commented by pachi at 2012/07/29 06:24 
전.. ㅠㅜ 같은 대륙권에 있는데도 자느라 놓쳤네요.

일 재밌으셨겠어요. ㅎ 시차 맞추는 일들은 언제나 스릴 넘치는 것 같아요. 이쪽도 한국 시간 맞추느라 새벽에 초상 나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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