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펜은 좀 이상하다. 분명 우리나라에서 만드는데 찾을 수는 없다. 처음 돌아왔을때 큰 문구점 등등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하고 인터넷도 뒤져보았지만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쓰던 걸 아껴가며 3년 동안 대체품을 찾았는데 실패했고, 결국 최근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한 다스를 들였다. 행복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싶었다. 처음 회사에 문구 창고에서 이 펜을 찾았을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다. 회사에서는 까만색과 빨간색만 쓰기에 파란색은 따로 사서 쓰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이 펜은 내 손글씨를 책임져왔다. 종종 회사에 로비를 해서 파란색 또한 들여놓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뭐 손에 넣고자 하면 어떻게든 가능했을텐데 어느 정도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은 건,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아쉬워해봐야 여기에서의 삶이 더 피곤해질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기억은 그냥 그 존재 자체를 애써 무시한채 산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물론 애써 무시 또는 외면하는데는 더 많은 노력이 든다. 어떤 상황에는 덮어놓고 그냥 손해가 최선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머리를 묶고 일을 시작해야 되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실패 또는 그에 바탕한 어떤 종류의 악감정과도 싸우고 싶지 않아, 조금이라도 원인제공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요즘이다. 원망만큼 소모적인 감정도 없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말 원망 말고는 답이 없다. 그럴 때는 일단 뚜껑을 닫아야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

 by bluexmas | 2012/06/05 02:49 | Lif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당고 at 2012/06/05 03:03 
이 펜이 좋나요?

bluexmas님은 글씨가 너무 이쁘셔서 악필인 저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0
네 저는 이보다 더 마음에 드는 펜을 못찾았어요.

 Commented by 칸토르카 at 2012/06/05 06:42 
앗.. 그 청량한 파랑색 잉크의 펜 말이죠?

항상 만년필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1
만년필 쓰기가 부담스럽더라구요. 없는 것도 아닌데…

 Commented by 차원이동자 at 2012/06/05 07:23 
거 볼펜 이름이 뭐요.

디자인이 확오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1
포장에 써 있어요.

 Commented by Suzy Q at 2012/06/05 09:39 
원망만큼 소모적인 감정도 없다는 데 동감합니다. 그저 조용히 다스리는 수밖에 없는 듯 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1
그러다 일찍 죽을까 걱정은 됩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2/06/05 10:40 
어, 페이퍼메이트! *_* 전 파란 볼펜을 주로 쓰는데, 수입펜 사이트에서 동아 애니볼을 박스로 주문해서 씁니다… 거꾸로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1
물물 교환으로 국제 교역을 시도해보시는 건 어떠실지…^^;;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2/06/05 12:29 
재채기나 하품처럼 기쁨이나 원망도 나름 뭔가 필요해서 발생하지 싶어요. 외부에 끼얹지 않는다는 전제로 조금 발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이에 대해 가까운 분과 자주 토론을 했는데, 토론을 하면서 그렇게 정리했어요. ‘나는 더이상 내 화를 부인하지 않겠다’ 이렇게요. 그냥 짧게 화 냅니다. 예를 들면 전에는 운전하면서 절대 욕 안 했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소리내어 적당한 강도로 욕을 합니다. 추천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2
저도 욕 좋아합니다. 집에서는 욕 실컷하지요…

 Commented at 2012/06/12 08: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6/13 14:12
내압 높아지면 터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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