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그렇지 않다, 폭풍의 눈, 인터뷰와 기타 잡담

1.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도 그렇지 않다.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럴 수가 없다. 나도 그렇고 모두들 ‘아 뭐 다 그렇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닌가?

1-2. 요즘은 속마음을 말한다는 것이 감정의 지극한 낭비라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이거 좋지 않은데.

2. 폭풍의 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눈을 뜨고 싶지 않다. 거기에 이르기 전에 폭풍에 어디론가 휩쓸려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3. 요즘은 여태껏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 인터뷰다. 물론 지금까지 인터뷰를 몇 번 하기는 했다. 차이라면, 음식이랑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그렇다. 음식 또는 건축과도 상관없는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쓰는 건 얼마든지 쓸 수 있으되 그 외의 면에서는 여러모로 풋내기나 다름 없는 나는 아직도 많은 것들을, 실전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 지금 하는 일 또한 그렇다. 섭외부터 인터뷰를 비롯한 기사 쓰기까지를 전부 다 해야 한다. 여태껏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일들이다. 전화도 있고 이메일도 있고 뭐 그렇지만, 일단 대원칙은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세워놓았다. 일주일에서 열흘 안에 다섯 명을 만나는 건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야 뭐 그렇지만 만날 사람을 한꺼번에 그 시간대 안으로 몰아서 인터뷰하는 동시에 사진까지 찍는 상황이, 복잡해지려면 정말 한없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 인터뷰 자체는 예상보다 너무나도 순조롭게 마무리지었고, 이제 내가 잘 정리하는 것만 남았다. 남의 말 옮기는 게 내 글 쓰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야말로 ‘아’ 다르고 ‘어’ 다른게 말이니.

사람들을 만나는 건 재미있지만, 그만큼 힘들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한 시간 정도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3-1. 너무나도 저조하여 <이 달의 납품 현황> 마저도 올리지 않았던 지난 달, 완전 바닥을 찍고 나니 일들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 되었다. 아무래도 더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둔 일, 회사가 망해 할 수 없어진 일, 연락이 없어 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다 못해 나도 이제 궁금해지지 않게 된 일 등등이 과거지사가 되고 그 자리를 몇몇 다른 일들이 메웠다. 물론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서 벌이도 여전히 변변치 않고 안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들을 떠안고 가고 있지만, 그나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하는 일들이 있는 건 다행스럽다. 요즘 여러가지 일들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2009년 9월에 일을 시작한 이후 꽤 많은 일들이 원고료를 주지 않은 채로 회사가 망해버렸다거나, 계약서까지 쓰고 했으나 그거보다 덜 주면 안되겠느냐고 억지를 부리거나 하는 등 좋지 않게 마무리 되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4. 기분 전환 좀 해볼까 길을 나섰지만, 멀지도 않은 길이 너무 막혀 완전 실패. 뭔가 떡이나 엿덩어리가 같이 끈적하게 잔뜩 뭉쳐 더 무거워진 기분을 들고 돌아왔다.

5. 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요.

6. 그건 굳이 극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한테 ‘아 그래도 때린 사람 기분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니까요?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뭐 그럭저럭 괜찮은 교육 받고 어쩌고 한 사람들 가운데 인간적 매력 없는 경우 참 많다. 왠지 ‘공부 잘 하면 그런 건 안해도 된다’라는 말로 면죄부 같은 거 받으면서 자란 느낌.

6-1. 내 얘긴데? 싶다가도 나는 공부를 잘 했던 건 아니니.

7. 어제 아주 늦게 집 앞 강가에 나갔다가 들어오는데 안양천 접어드는 길 다리 밑 벤치에 젊은 남녀가 뭔가 싸온 음식과 캔맥주를 놓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문제는 그 근처가 원래 막걸리 등을 파는 잡상인이 들끓어 아무데나 노상방뇨하는 지점이라… 안타까웠다. 그 옆에서는 웬 자전거 타던 아저씨가 <사랑의 미로>를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고 담배 피우고 있고…끝도 시작도 없으니 사랑의 미로가 얼마나 아득하겠냐만, 우리 비루한 삶에는 언제나 시작도 끝도 있으니 그렇게 담배 열심히 피우시면 끝을 더 빨리 보실 수도 있습니다?!

 by bluexmas | 2012/05/22 01:08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12/05/22 08: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27 02:40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는 말 있잖아요. 그게 진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렇다고 치부하는 건지…

 Commented at 2012/05/22 11: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27 02:41
네 부메랑. 제가 미국에서 처음 회사 들어갔다가 특히 거기 있던 코리안들에게… 건투중입니다 ㅠ 쉽지 않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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