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묻지 않는게 낫다

물어보는데 대답하지 않는다면, 그건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예상하지 않았던 답을 들을 것이고, 그래서 당황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답을 하지 않는 건 그래 보이지 않고 따라서 동의하지 않겠지만, 배려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믿기 어렵겠지만 때로는 거부나 무시도 배려가 된다.

그래도 알아채지 못하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해줄 수 있다. 다만 마음의 준비는 하기를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라야만 할 것을 알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만큼 책임도 따라야 한다. 비밀을 지키는데는 또 다른 비밀이 필요하다. 아침에 들은 이야기를 바로 점심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거라면 차라리 묻지 않는 편이 낫다(그러나 이미 그랬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편 믿기 때문에 꺼내는 이야기인 것 또한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사실은 믿는게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또한 어떠한 경우라도 두 번은 말하지 않으니 다시는 물어보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 또한 전제해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냥 이러한 상황 자체가 이유로 작용해 기분은 나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을 다 따져보자면 사실 묻지조차 않는 편이 나았겠지만 상자가 있으면 열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입을 여는 것보다 열지 않는 것이 언제나 더 어렵지만 그게 참 알더라도 행동에 쉽게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그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by bluexmas | 2012/05/18 09:01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dhsi at 2012/05/18 09:30 
어쩐지 저희 아버지의 마음을 옮겨서 써 놓은 것 같은 글이네요! 종종 저희 아버지께서도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은 묵비권을 행사하시거든요ㅎ 저야 제대로 확인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 혹여 상처가 되는 대답이라도 제대로 듣고 싶어하기 때문에 늘 부딪치곤 하네요~

앎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문구에 공감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5/22 01:15
비밀을 공유하려면 연대책임을 질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쉽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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