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미미네-‘프로젝트’와 머리카락

이 튀김가게가 인천인지 부평인지에서 입소문을 타고 홍대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머리가 꽤 좋은 사람이 세운 체계적인 계획에 의해 착착 움직인 일종의 프로젝트라는 느낌이 확 든다. 새로 문을 연 홍대의 매장에는 한일 2개국어로 쓴 특허 명칭이며 ‘요리 같은 분식을 하겠습니다(맞나?)’,’사진 촬영시 주방 식구들의 초상권을 보호해주세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쓸데없는 제스쳐라고 생각하는 ‘특허의 상업적 도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뭐야, 손님이 특허 훔치러 왔나?)’ 등등의 문구 등은 이 ‘프로젝트’를 굽어보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진행을 하고 있는지 그걸 정말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헤치고 나면 정작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국물 흥건한 떡볶이와 새우튀김 딱 두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때서부터 그 이전의 모든 것이 음식보다도 더 큰 덩치로 자리잡지는 않은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어진다.

새우튀김은 이해하기가 아주 쉽다. 재료도 좋고 간도 잘 맞으며 튀김의 상태도 훌륭하다. 그 특허가 정확하게 무엇의 독창성을 보장해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잘한 다리며 모든 부위가 뭉쳐지지 않고 비교적 꼼꼼하게 그리고 독립적으로 튀김옷을 입어 바삭하게 튀겨진 상태였다. 튀김 부스러기의 상태며 튀김옷의 가벼운 정도로 보았을때 질소 충전 깡통이나 비슷한 가스 충전 기계를 이용한 반죽을 입혀 튀기는 걸까 싶었는데, 주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문제는 이 수준 높은 새우튀김이 떡볶이를 제외하면 미미네의 유일한 메뉴라는 점이다. 한 가지 메뉴만으로 음식점을 꾸려간다면 그 음식이 100점,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95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식당에서도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단 한가지라는 제스쳐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먹은 새우튀김은 굳이 점수타령을 한다면 85점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새우살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 튀김의 의미 그리고 그에 바탕한 기준에서 너무 익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식이 아닌 끼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새우 튀김 한 가지로는 아무리 맛있어도 질릴 수 밖에 없다. 저녁시간이라 여섯 마리(10,000)을 시켰는데, 세 마리쯤 먹고 있노라니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도 팔고 튀김 상태도 좋으니 서너명이나 실컷 먹고 마시기에 튀김을 먹을 수 있는 그 동네의 어설픈 이자카야 종류보다 나은 선택일 것 같은데, 새우 한 가지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결정의 바탕이 신도림 디큐브 백화점의 매장을 포함한 전체의 상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생긴 어떤 이해관계 같은 것들을 반영한 결과는 아닐까 싶었다.

한편 떡볶이는 미미네의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음식 자체의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고(씹을 수도 없이 미끈거리는 떡을 쓸데없이 맵고 달착지근하며 뜨거운 국물과 꿀’떡’ 삼키고 나면 정말 이건 또 뭔가 싶다), 백김치는 짠맛이 너무 강한데다가 내가 받은 건 얇은 이파리 위주라 많은 사람들이 튀김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느낀다는 느끼함을 덜어주기에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요즘 무값도 싼데 무로 담근 백김치(동치미?)나 짠지 쪽이 훨씬 더 낫겠다.

사실 여기까지는 아주 대수롭지 않았는데, 그 다음에 벌어진 상황은 좀 생각할 건덕지를 안겨주었다.

여섯 마리째 새우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을때, 접시에서 머리카락을 보았다. 비교적 짧았기 때문에 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므로, 주위를 지나가는 알바생을 불러 이야기를 했다. 사실 바로 옆테이블에는 겉보기 등급으로 보아 분명 매니저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남자가 있어서, 그를 부를까 하다가 다른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알바생에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튀김을 다시 내올까 물었지만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책임자에게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알바생은 바로 그에게 가서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그가 직접 올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알바생이 다시 찾아와 튀김에 대해 50% 할인을 해주겠노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그 매니저를 불러,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실수는 있을 수 있으니 그렇다고 쳐도 음식점에서는 이런 일에 대해 후속조치가 중요한데, 그렇다면 매니저인 당신 같은 사람이 바로 어떤 손님의 자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고 찾아와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의 이런 이야기에 그는, 내가 이미 다 먹고 가게를 떠난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정황이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음식점이 이런 정도로 자신들이 누구보다 앞서 간다는 것을 내세우며 장사를 한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음식, 그러니까 튀김값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공짜로 얻어먹으려는 것 아니냐 지껄이는 사람이 있겠지만, 튀김 먹을 돈 만 원 못 벌고 살지는 않는다. 그건 돈을 넘어서 자신의 책임을 100% 인정한다는 제스처다. 시애틀의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프렌치 프라이를 시켰는데, 소금간이 미국의 기준에서도 좀 심하게 되어 있었다. 잘 먹었냐고 물었을때 이야기를 하자, 책임지겠다며 돈을 받지 않았다. 프라이의 가격은 8달러, 그날 저녁의 비용은 팁 포함 150달러로 전체에 비하면 적은 비율이었다. 레스토랑의 선택 자체에 돈을 쓰겠다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써도 안 써도 나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어쨌든 돈을 받지 않았다. 딱히 그 레스토랑에서만 이러는 것도 아니다. 스테이크가 원하는 정도로 구워지지 않았다거나 어떤 이유에서 음식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돌려보는 경우는 꽤 있다. 외국이나 파인 다이닝만 그렇냐고? 재작년 여름 속초에서 그 유명하다는 곰치국집을 갔는데, 거의 다 먹었을때쯤 국에서 낚시바늘이 나왔다. 주인할머니에게 이야기하자 탐탁치 않아 했지만 어쨌든 돈을 받지 않았다. 낚시바늘은 위험하니까 돈을 안 받아야 하고, 머리카락은 그렇지 않으니까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실패는 실패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러한 결정이 지나치게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는 제스처라는 생각이 들면, 음식의 질을 생각하기 이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오난독자를 위해 다시 한 번 말하자. 나 튀김 먹을 돈 만원은 있는 사람이다.

위에서 말한 그 온갖 현란한 문구들이 애초에 없고 이런 수준의 튀김만 이 가격에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꽤 잘 튀긴 튀김이라고 생각하며 종종 찾아갔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들의 존재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제스처들이 오히려 음식을 멀게 느끼도록 만들고, 결과적으로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너무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아 그런 일이 있었다니 여기 가지 말아야 되겠네요’라는 싸지르기식 덧글은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자고 언급한 것이지, 누군가에게 가라 혹은 가지 말라는 구실을 제공해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by bluexmas | 2012/01/21 11:39 | Taste | 트랙백 | 덧글(30)

 Commented at 2012/01/21 12: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17
네 한 가지만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Commented by 군중속1인 at 2012/01/21 13:43 
저도 전에 (물론 위에서 이야기 하신곳이 아닌 다른 가게) 매장에 날던 파리가 국에빠져서 이야기하니까 알바생이 사과도안하고 지들끼리 낄낄거리다가 국바꿔두고 가길래 주문한 메뉴 한입도 안먹고 전부다 계산하면서 메니저에게 이런식으로 장사하지말라고 한 기억이 나내요 기분이 나쁘셨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18
그래도 미미네의 알바생들은 굉장히 일을 열심히 잘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요.

 Commented by Nobody at 2012/01/21 14:43 
오/난독자를 이렇게나 배려해야 한다니 그게 슬프네요.

부디 많은 음식점들이 돈을 보는게 아니라 손님과 음식을 중심에 놓고 장사하고, 또 그런 마인드를 가진 이들을 뽑아 썼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18
네 저 바로 밑에도 한 분 계시네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알바생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었으니 매니지먼트의 마인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gloomycat at 2012/01/21 15:36 
저도 예전에 비슷한 일을 당한것에 대해 인터넷에 올렸다가 대차게 까였던 기억이..=ㅅ=; <-음식물에 있어서는 안될 물건이 섞여서 나왔는데 사과는 했지만 과정은 설명없이 은폐하려하더라..라는 주제였는데.. 난독증의 결과는 참 무섭더군요; 사과받았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란 글들을 보니.. 그게 아닌데 싶고;;

저는 신도림에서 새우튀김이 안된다고해서; 김말이 튀김을 먹었는데요.. 당면을 끊지않고 길~게 늘여뜨려서 만든 튀김이 꽤 재밌고 맛있긴했지만.. 저도 떡복이는 그닥이었어요~ ㅎㅎ

제가 사는 동네에 20년동안 쪽진 골목에서 장사하고 계시는 은둔고수가 있으셔서 왠만한 떡볶이는 입에 맞진 않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19
저는 심지어 주먹밥 같은 거라도 있으면 식사처럼 훨씬 구색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튀김 하나에 떡볶이 하나는 심지어 폭력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로오나 at 2012/01/21 15:55 
대응이 별로 좋진 않았군요. 사실 어느 음식점에서나 실수는 있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때의 대응인데…

미미네가 홍대점을 다시 열었다는 것을 알고도 가보지 않았는데, 이유는 메뉴의 축소였습니다. 전 사실 새우튀김-김말이-떡볶이 이렇게만 남았을 때부터(그리고 웨이팅이 길어질 때부터) 잘 안가게 되었지요. 미미네의 새우튀김은 분명히 맛있지만, 튀김의 특성상 그것만으로 식사 한끼를 떼운다는 생각을 하면 갈 기분이 별로 안 납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예전의 미미네처럼 다시 많은 튀김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네다섯가지는 되어야 한끼 먹으러 가겠다는 기분이 들텐데 그나마 있던 메뉴까지 줄이고 하나만 남겨두다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20
네 그 매니저님이 제 네이버 블로그에 덧글을 다셨던데 그건 좀 사후약방문격이구요. 요란하게 캐치프레이즈들을 걸어놓은 곳에서 왜 그렇게 일처리를 하는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마 튀김을 더 하면 그때는 ‘아 저희가 여러분들의 성원을 적극적극 반영해서’라는 식으로 홍보하겠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3 02:08
머리카락도 드세요? 많이 드세요.

 Commented at 2012/01/21 17: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20
네 뭐… 그래도 손님은 많았습니다;;;

 Commented by 烏有 at 2012/01/21 18:07 
그냥 동네튀김집을 가던가 2마트 가는게 낫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21
그러시든지요.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써 놓아도 참 집요하십니다. 동네나 이마트 수준이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거랑 비교할 정도는 아닙니다. 많이 드세요.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2/01/21 20:25 
서울로 옮겨 새우튀김 하나만 다룰때, 튀김집으로서의 생명은 다 했다 봐야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2 00:22
네 솔직히 저는 분식집이라는 컨셉트 자체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措大 at 2012/01/22 05:33 
그냥 인천에 있었다면 아주 멋졌을 동네 분식집이 홍대로 어디로 돌면서 허세가 심하게 들어간 분식집으로 변하고 있는데, 어차피 스쿨푸드 체인점에 줄이 생기는 한국에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우튀김 먹고 싶을 땐 아직 괜찮거든요.

인천에 있을 때, 기름 매일 가는 곳이니 첫손님으로 가서 오징어간 튀김을 먹으면서 라디오로 컬투쇼 듣고 그랬는데…그건 뭐 이젠 찾을 수 없는 경험이겠지요. 요즘도 매일 기름을 갈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3 02:09
기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습니다. 애초에 홍대쪽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방울토마토 at 2012/01/22 13:44 
잘못된 상황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데 뭔 실드가 이렇게 많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3 02:09
저한테 하는 이야기인가요?

 Commented by 방울토마토 at 2012/01/23 02:41
그게아니라..중간에비아냥과머리카락괜찮다는댓글보고쓴겁니다..최근들어안좋은점은안좋다고말하는블로그가많아서좋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3 03:03
네… 조회수 많은 글에는 저런 덧글이 꼭 달립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2/01/22 15:50 
음…제가 작년에만 한 두어번 겪은 일이군요.떡볶이 집은 아니고 종로의 그 무슨 된장 머시기였는데 음식에서 철수세미같은 것이 나왔는데 그 다음 스토리는 겪으신 일과 비슷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당근 돈을 받지 않아야죠.근데 손님의 어필을 마주하면서도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더불어서 ‘잘못했다’는 얘기조차 안합니다.하긴…주방에서 있었던 일이니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니 잘못했다 말 못하겠다면 할말은 없는데,주인의식이 좀 필요한 데가 요식업계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3 02:09
아 거기요? 먹어본 적은 없는데 그 동네에서는 아예 밥을 먹지 않습니다. 정말 오래 되었네요.

 Commented at 2012/01/23 15: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3 22:04
앗 안녕하셨어요?^^ 제가 한 이야기가 바로 말씀해주시는 그 이야기입니다. 정말 티가 너무 나지요. 하긴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야 장사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있어보이니까요. 언젠가는 책도 한 권 나오지 않을까요?^^;;;

 Commented at 2012/01/24 20: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2/01/25 00:23
관련 이야기는 저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회사 이름도 알구요. 그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 않는 이유는 자칫 잘못하면 제 글이 인신공격처럼 들릴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이런 글을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음식을 제대로 하는 곳이 얼마나 없으면 이 정도로 이런 수단을 써서 인기를 얻나 싶습니다. 저도 모든 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가보니 음식이 말을 하더군요. 어쨌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12/01/30 1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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