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여행] 4일차-버클리, 카페 파니즈

어차피 음식에 70%이상 치중한 여행이었던지라, 먹었던 것들을 날짜별로 정리해 올리는 것으로 여행기를 갈음하고자 한다. 처음 사흘 동안은 이미 올린 포스팅들을 참고해주시고…

1. 카페 파니스

원래 ‘셰 파니스’ 에서 먹어보고 싶었으나 예약이 다 찬 관계로 닭을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이 정도라면 닭이라도 닭이라고 말하기 좀 미안한 수준. 올해는 셰 파니스의 40주년이라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재료 위주의 캘리포니아 퀴진의 선구자 역할을 한 앨리스 워터스에 대한 재조명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재조명이라는 말이 무색한 것이 애초에 과거형인적이 없었던지라…

전채는 구운 염소젖치즈 샐러드. 치즈는 한국계 치즈 장인 소영 스칸란의 ‘안단테 데어리’의 제품으로, 미국은 물론 치즈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인정 받는다고 한다. 3일차 포스팅의 레스토랑 ‘베뉴’ 홈페이지에 가도 안단테 데어리의 제품을 쓴다는 문구를 접할 수 있는데, 베뉴뿐만 아니라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안단테 데어리의 치즈를 쓴다고.

기억을 더듬어보면 메추리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3일차의 ‘Fleur de Lys’에서 슈크루트 채운 메추리를 못 먹어본 아쉬움에 주문했는데, 인기 메뉴인지 이후 주문한 손님들에게는 ‘다 나갔다. 대신 오리를 먹겠느냐’라는 이야기 하는 걸 먹는 내내 들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작은 가금류치고는 촉촉한 메추리도 훌륭했지만 당근을 비롯한 뿌리 채소가 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먹었던 음식을 돌아보면 단백질이야 당연히 그렇지만 의외로 당근이나 비트를 포함한 뿌리채소가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 재료 자체의 질도 그렇지만, 익힌 정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당근의 식감 하나만 놓고도 좋고 나빴던 레스토랑을 골라낼 수 있을 정도. ‘브레드 살사 bread salsa 결국 빵 샐러드?’라고 바닥에 깔린 빵조각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잘게 깍둑썰기해서 바삭하게 구운 다음 메추리의 육즙을 살짝 머금고 나니 바삭한 메추리 껍질과 느낌이 흡사했다.

여행 전체를 통틀어 빵이 음식의 격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기도 마찬가지. 다만 음식에 비해 너무 차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게 레스토랑의 셋팅-주로 ‘카페’라고 이름 붙은 곳들이 그랬다-나 가격대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2. ‘Ici’의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먹어보려다가 아주 예전에 이 동네에서 공부하시는 분께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이 있다는 얘기 들은 게 기억나 그곳으로 향했다. 버클리 교정 근처의 ‘Ici’라는 집인데, 아이스크림이야 그렇다고 쳐도 그 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얼 그레이와 짝이 맞을까 주문했던 설탕 입힌 오렌지 껍질 candied orange peel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도 이걸 만들어 잔뜩 가지고 있는데, 내가 만든 아마추어의 그것과는 달리 설탕에 조리면서도 전혀 딱딱해지지 않고 부드러워 대부분의 토핑들처럼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거스르지 않았다. 맛을 보기 위해 가게에서 만든다는 콘을 따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아이스크림과 더불어 모두 납득할만한 수준. ‘밀크초콜릿과 핑크 페퍼콘’에서 궁금했던 핑크 페퍼콘은 온도 때문에 그런지 딱히 인상적인 맛을 더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베이 브릿지를 타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페리 빌딩에 들렀다. 주 목적은 ‘애크미 브레드 컴퍼니 Acme Bread Company’에 들르는 것. 소위 말하는 ‘아티잔 브레드 무브먼트 Artisan Bread Movement’의 근원이라고 하는 빵집으로, 본거지는 버클리에 있다. 작은 사워도우와 햄버거 빵을 샀는데, 사워도우는 의외로 별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햄버거빵이 기억에 남았다. 햄버거에 잘 어울린다고 하기에는 조금 딱딱했지만 계란 덕분인지 맛이 굉장히 풍부하면서도 카라멜화된 겉이 표정을 불어넣었다. 진짜 맛있는 애크미 브레드 컴퍼니의 빵은 다른 곳에서 나중에 먹게 된다.

마지막으로 ‘게릴라 커피’에서 에스프레소와 드립 한잔씩, 이후에는 기록이 없어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상으로 4일차 끝.

 by bluexmas | 2011/12/01 12:06 | Tast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1/12/01 22:20 
커피잔, 차숫가락이 마음에 듭니다. 옛날 대학로 생기기 전, 새 건물에 들어가기 전 학림다방 커피잔 느낌이 납니다. 숫가락도 차분해서 좋구요.

먼 여행 이제 돌아오셨나봅니다. 소득 많으셨기를 바랍니다. 가시는 줄 알았다면 뭔가 흔한 기념 티셔츠라도 한장 부탁하는건데 말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2 10:56
네 소득 많이 있었습니다. 뱃살도 포함해서요-_- 저 아직도 예전 여행들에서 사모은 티셔츠들 많은데 필요하시면 드리겠습니다. 안 입은 것들인데 모두 XL사이즈 이상입니다;;

 Commented by 청천벽력 at 2011/12/03 16:12 
미국 서부 여행이라면… 포장마차를 타고 다니셔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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