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의 딜레마

오후 늦게서야 서비스 전화를 돌렸다. 외국에서 산 것이라는 사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 출장비 만 오천원에 내일 오전 출장 서비스 예약을 했으나 전화를 끊고 1분 동안 생각하다가 바로 모니터를 싸들고 집을 나섰다.  등촌역 조금 못 가서 서비스 센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부피가 커서 들고 나가는 게 좀 짜증스러웠으나 막상 들고 나가니 별 문제될 것도 없었다. 사실 스탠드가 무거워서 그렇지 모니터 자체는 괜찮다.

연휴 이후라 그런지 일이 밀려서 당장은 증세나 견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일곱시 조금 넘어서 운동을 하는데 기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메인보드 고장인 걸로 추측되는데 ‘리퍼’ 부품을 쓸 경우 9만원이 든다고 했다. 대개 모니터의 수명을 4년으로 보는데, 내 모니터가 4년 되어 요즘 서비스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며칠 동안 검색을 해서 인버터나 백라이트 고장인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 모니터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메인 보드 고장은 상대적으로 드물어서, 고칠 경우 원래 고장이 잘 나는 부분이 또 고장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아침까지 생각해보고 답을 주면 내일 내로 고칠 수 있다고.

모니터가 갑자기 말썽을 불러 일으키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만약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30만원대짜리라면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모니터는 거기에 그냥 처리를 맡기고 당장 새걸 주문하면 된다. 그러나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내가 쓸만하다고 생각하는 건 83만원, 여기에서 딜레마가 비롯된다.

첫 번째 해결책은 일단 고쳐서 쓰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부분이 또 고장날 경우다. 파워나 이런 부분이 고장날 경우 다시 9만원 정도가 든다고 들었다. 만약 고쳐오자마자 다시 고장난다면 난감해진다. 그때는 정말 회생 불능임을 인정하고 새로 사야 하는데 일단 9만원 날리고 새 모니터를 주문해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나는 요즘 그럴 여건이 좀 아니다. 정황을 고려해볼 때 9만원 내고 고쳐서 정말 반 년 정도 더 쓸 수 있다면 수리비는 회수한 셈 쳐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패널이나 백라이트 등등은 아직 멀쩡하다고 들었다.

두 번째 해결책은, 위기는 기회라고 이 김에 모니터를 바꾸는 것이다. 나는  거의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앉아 있으므로 그래픽 카드와 모니터에는 돈을 좀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고민 끝에 왼쪽 클릭이 고장난 맥북이 집에 가지고 있는 자원 가운데 최대한 데스크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부랴부랴 쓰고 있는데, 이 글을 이만큼 쓰는 동안 눈이 시리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안이라고 생각한 건 현재 가격이 83만원, 이상하게도 중간 가격대가 전혀 없고 오늘 서비스 센터 옆에 붙어 있는 매장의 모니터를 본 결과 가지고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경우 당장 써야 할 돈이 수리비의 거의 열 배쯤 되는 데다가, 확인을 해 보지 않아 물건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손에 넣을 수 있는지의 여부도 모른다. 그건 일단 내일 아침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면 되겠지만… 과연 수리의 가능성을 전혀 무시해버리고 바로 새 물건으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물욕이나 새 모니터가 줄 작업 환경을 개선 등등을 생각하면 사실 고민의 여지가 없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쇼핑에는 새 물건을 얻는 기대나 기쁨 등등에 휘둘려 언제나 간과하는 대원칙이 하나 있다. 사지 않으면 돈을 안 쓴다는 것이다. 사고 싶어 안달하던 많은 물건들을 결국 손에 넣지 못할 때 우리는 아쉬움에 잠까지 못 이뤄가며 안타까워하지만 실제로 그건 손실이 아니라 이득이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일단은 첫 번째 안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침에 전화해봐서 물건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대답을 들으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변수인 무이자 할부는 6개월까지 가능한 것 같은데, 문제는 모니터가 없으면 인터넷 주문하기도 조금 복잡하다는 것이… -_-;;; 자자 덧글로 조언해주시면 결정에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by bluexmas | 2011/09/15 00:26 | Lif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at 2011/09/15 02: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5 03:37
맥이 한 대 있어서 아이맥으로 갈 필요는 아직 못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래아 한글이 맥용으로는 변변치 않은 게 흐흑… 찾아봤는데 정말 아니네요;

 Commented by 미안하다사망한다 at 2011/09/15 09:08 
1번의 경우 75% 정도가 손해볼 가능성을 지녔다고 봅니다.

고장이 애초에 잘 안나는 부분이니까, 고치면 고장이 나거나 안날 수도 있자만,

문제는 인버터나 백라이트 부분의 수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거지요.

그 부분에 추가 비용이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은 좀 높지만 2번이 이득이라고 보는게,

비용은 단순히 금액 뿐만이 아니라 시간까지 포함한 기회비용의 문제라고 보거든요.

고쳐서 사용한다 한 들, 다른 부분에 고장날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그 사이에 소요될 심적부담, 시간의 소비 등을 비교해보면…

다만 83만원이라는 금액은, 인터넷에서 알아보신 건가요?

용산 등의 매장에 직접 가보시면 조금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지 않을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6
용산에 있는지 모르겠고 솔직히 가고 싶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19:06
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정답이 되었네요. 혹시라도 제 덧글이 무례하게 보였다면 사과드립니다.

 Commented by black at 2011/09/15 09:40 
수리를 하고, 돌아온 모니터를 사용하여 새로운 모니터를 지르고

새로운 모니터가 오게 되면 듀얼로 쓰는것이 어떠할지요. 으흐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6
그게 정답 같은데요-_-

 Commented by ra at 2011/09/15 10:58 
모니터의 경험은 아니지만 수명이 다 된 tv를 고친적이 있는데 한 삼개월쯤 뒤에 같은 곳 고장이 나서 버렸어요. 그래서 새모니터를 사시는걸 권하고 싶지만 80만원대라니… 그래도 사고 나면 어떻게든 다 갚긴 하니까요. 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사시는게 어떨까 싶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6
모니터 주문하면 오는데 한 일주일 걸린다네요; 그것도 뭐하는 짓인지…

그나저나 건강히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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