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과 블로그 운영에 대한 생각

1. 직장인보다 열심히 일하는 자영업자가 되고 싶어 이 야심한 시각에 책상에 앉았는데, 며칠 동안 안 켰던 모니터가 사이키 조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 이제 클럽 못 가는 나이라는 걸 알아차린 녀석의 배려일까… ㅠ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는 5년쯤 되었지만 그래픽 카드는 그전 컴퓨터에서 빼온 거라 수명 10년, 잠시 의심했지만 모니터를 컴퓨터에서 분리해도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모니터문제인 듯. 내 모니터는 국산이지만 미국에서 산 건데 서비스가 되려나… 잠시 다나와를 뒤져보니 같은 크기의 모니터가 절반 가격에 팔리고 있더라. 부담은 적지만 그래도 사지 않는 게 좋은데 어떻게 될런지.

2. 벌면 자꾸 쓰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지출에 나름 신경 쓰고 있는 요즘인데 이런 일이 생기면 참.

3. 어제 새벽, 갑자기 생선이 먹고 싶어 편의점에 갔다. 꽁치 통조림 2,700원. 집어 들었는데 3,200원을 찍는다. 진열대에서 가격표를 뽑아들고 와서 왜 여기는 2,700원인데 3,200원을 찍으냐고 물었더니 알바생이 대답을 안한다. 일종의 버티기 작전을 쓰는 듯. 난 주인 아니고 모르니까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 뭐 이런 거겠지. 더 웃기는 건 진열대의 가격표를 떼어 내밀며 알바생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이를 앞으로 업은 아기 아빠가 맥콜 네 캔을 들고 와서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 카운터에 내려놓고 계산을 하려 한다. 뭐야, 난 투명인간이냐? 이런 인간들도 안고 있는 애가 크면 “학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신호등 파란 불에만 길 건너고” 따위를 읊겠지? 이 따위 인간들하고 마주치기 싫어서 조용한 시간에 나와도 이런 변두리 동네의 편의점에서 그것도 손님 거의 없는 시간에 짜증나는 일이 생긴다는 건 정말이지 세상이 이따위 인간들로 가득찼다는 반증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4.같은 맥락에서 덧붙이자만, 3과 같은 이야기에 짜증이 나는 사람이라면 링크를 끊고 이 블로그에 오지 않을 것을 권한다. 와 봐야 본인 기분만 상할테니까. 나는 앞으로도 이 블로그가 존재하는 한, 아니면 죽을 때까지 내 블로그에 이런 이야기를 쓸 것이다.

지금 이 이야기는 순간의 기분에 휩싸여 꺼내는 것이 아니다. 정말이지 이 블로그의 패턴에는 좀 웃긴 구석이 있다. 글을 안 쓰면 링크 수가 올라간다. 특히 시간이 없어서 잘 못 올리는 음식 관련글, 그것도 라면이나 뭐 보다 일상적인 음식에 대한 글-내가 올린 음식 글 가운데 일상적이지 않은 글도 있었나? 무슨 돈지랄하는 파워 블로거처럼 로마네 꽁티 마신 사진 올리는 것도 아닌데! 말도 안되는 본부에서 냉장냉동차에 담아서 배달해 봉지만 뜯어서 데워 내는 음식점이나, 정통 이탈리안을 표방합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공깃밥은 기본으로 내야 국물이 안 아까울 정도로 흥건한 파스타 뭐 이런 걸 먹어대면서 미친 듯이 초점 안 맞는 사진 올리는 그 일상이 잘못된 것 아닌가?-을어쩌다 올리면 링크가 올라간다. 그러다가 또 바빠지거나 컨텐츠 관련 문제로 그런 글을 안 올리고 이런 잡담을 계속해서 올리기 시작하면 링크가 끊겨 나간다.

솔직히 불특정한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선택하거나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나는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고 또한 누가 그랬는지 찾아낼 능력도 없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블로그는, 무엇을 원하고 찾아왔든지 간에 필요한 것을 얻을 확률이 거의 없으니 그 알량한 라면 포스팅 같은 것을 하나 둘로 뭔가 엄청나게 마음에 드는 무엇인가를 발견한 것 같은 제스쳐를 보일 거면 그런 헛수고는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주인장이 친절을 베풀어가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블로그는 그런 것들 이전에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굴러갔으며 또 앞으로도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글이나 책 팔아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감사하지만 그게 배설을 위한 대상을 찾기 위한 관심이라거나, 예의 바른 척 오타에 어설픈 스노비즘 따위 드러낼 생각이라면 다른 데 가서 알아보시라는 이야기다.비싼 밥 먹고 신라면에 사골 국물을 넣네 마네 따위의 문제로 말 섞고 싶지 않다는 거다. 그건 소통이 아니다. 그런 건 학교가서 친구들이랑 담배 피우면서 노가리 깔때 써먹어도 충분한데 왜 여기까지 와서 그러는지 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

음식 컨텐츠도 그렇다. 매체에 기고한다고 여기에 올릴 컨텐츠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는 요즘처럼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난다고 해서 여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관심 가질 컨텐츠가 올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진+음식 이름 읊기”의 조합으로 파워블로거 딱지를 달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다들 누군가 시중에 범람하는 온갖 쓰레기 같은 정보를 모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모아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음식 먹고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고양이 목에 방울 못다는 쥐들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며, 승무원이면 승무원, 아나운서면 아나운서 아카데미처럼 무엇인가를 위해서 꼭 학원이 존재하는 현실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위해서는 저 네이버 같은 데서 하루 세 끼 외식하는 양 열심히 드시고 부지런히 한 포스팅에 사진 백 장씩 올리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진대, 나는 그런 노력 기울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떤 음식들에는 전혀 관심조차 기울이고 싶지도 않다. 트위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누군가 나보고 그러더라. 처음부터 씹어댈 생각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나는 내 돈 내고 먹는 대신 비판할 권리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비판할 생각으로 가면 참 음식이 맛도 있겠다. 정말 좋은 구석을 단 하나라도 발견할 수 없는 음식점이라면 아예 가지 않는다. 나는 외식이 낙인 사람도 아니고 그래야 할 필요도 못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블로그를 찾으실 것을 권한다. 나는 다른 소재로도 글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돈을 받고 쓰는 글이라면 소재부터 톤 앤 매너까지 매체의 취향에 맞춰 써야할 의무가 있지만, 여기는 내 공간이고 내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 나는 이 공간에서 지금보다 더 친절한 주인장이 된다거나, 혹은 친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한 서비스는 서비스가 아니라 노예질이다.

 by bluexmas | 2011/09/13 01:16 | Lif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9/13 01:29 
가게에서 계산할 때 그런 일이 의외로,당연한 듯이 많이 생기죠.

가격표 틀리게 붙여놓는 곳도 많아지는데, 편의점의 구멍가게화일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4 01:40
미국에서는 그럴 경우 찍힌 가격대로 줍니다만… 그런 얘기조차도 사실 꺼낼 필요를 못 느낍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1/09/13 02:48 
블로그 전반과 관련해서 저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블로그라는 게 편협함 (그게 솔직해서 좋은 것이든, 아니면 부정적인 의미이든)을 깔고 운영하는데 거기에 참견하려는 사람도 꽤 있고.. 연예인도 아니고 불특정다수는 무슨요. ‘ㅅ’

3의 상황이면 저는 큰소리 내고 싸웠을 거에요. 어린 시절엔 참 내성적이고 어디가서 싸우기는 커녕 얘기도 잘 못했는데, 점점 작은 권리든 큰 권리든 소리높이지 않으면 안 알아준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4 01:41
네 편협함이라고 할 수도 있고 perspective일 수도 있지요.

새벽에 큰 소리내며 싸우기도 참 번거롭지요.

 Commented by 대건 at 2011/09/13 07:55 
처음부터 씹을 생각으로 음식점에 간다니,말도 안되는거죠. 돈을 낸 만큼의 음식과 서비스를 기대하고 가는거고,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씹는건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저 편의점은 사장 있을때 한 번 더 방문해서 흔히 말하는 진상짓을 해주고 싶네요. 알바 교육도 좀 시키라고 해주고 말이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4 01:41
알바를 보면 사장도 뭐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원래 가는 곳도 아니기는 해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09/13 09:42 
모니터 새로 사시는걸 추천드립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4 01:42
이왕이면 제품도 좀 추천해주세요… 27인치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당고 at 2011/09/13 10:29 
근데 블로그란 게 다 그런가 봐요?

제가 아는 분도 그런 얘기를 하시던데 저도 그렇거든요.

글을 안 쓰면 링크 수가 올라가고 글을 쓰면 떨어짐 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4 01:42
크 침묵으로 말하는 블로근가요;; “Silence is deafening.”

 Commented by 遊鉞 at 2011/09/13 12:34 
그런 분들은 애들한테 그런 거 안 읊어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애가 가면 차가 멈춰야하고, 애가 뛰면 부딪힌 상대방 잘못이랄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4 01:43
그렇죠… 10년 전엔가 어느 동네 스타벅스에서 그걸로 대판 싸운적이 있네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09/14 09:21 
3.아니에요.요즘 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들이 그러지 않죠…따지자면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부모들…무조건적인 질서를 강요하지 않고 철저히 아이 중심의 사고를 학습시킵니다.그래서 실제 상황이 그러하지 아니하면 아이들은 당황하고 힘들어하지요.뭐…학원이 있으니까요.돈만 주면 얼마든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으니까…(학교공부도 무시해 주시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5 00:33
오 그렇군요….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1/09/17 22:46 
흔들릴 때마다 한 잔, 블로그는 개인의 것이라는걸 망각하는 젊은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심지어는 남의 블로그에 심한 말 쓰고는 그거 나무라면 ‘언론의 자유’를 외치더라는…-.-

모니터는, 만약 27인치를 보신다면 무조건 애플 시네마 사셔요. 아름답습니다. 그리고는 아이패드2를 후식으로…-.-

 Commented by 나는고양이 at 2011/09/19 14:36 
제 돈 주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간건데 맛 없으면 더 열받아서 한 소리 하게 되지 않나요. 개인 블로그에 개인적인 생각도 눈치 봐가면서 올려야 한다니, 점점 말할 곳이 줄어드는 느낌도 듭니다.

3의 경우는 입이 아파서 저도 몇 번 비켜주거나 될대로 되라- 하고 내버려 두기도 하다가, 한번씩 제가 맞지 않을 정도의 덩치(..)라면 한마디씩 합니다. 그럴 경우가 많이 없어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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