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북동]대성집-전통을 재고해 볼 좋은 기회

전통. 과연 그 전통이라는 게 무엇일까? ’50년 전통”의 대성집에 가보았다. 솔직히 나는 이제 보양식에 대한 믿음도 없고, 더운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도 그렇게 즐기지 않는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나는 뚝배기에 담아 팔팔 끓여 내는 음식에 믿음을 주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맛을 즐길 수가 없는 온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애매한 위치에 시간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가게 분위기, 몇 안 되는 가짓수까지 대성집은 전통의 맛집이라는 딱지를 붙일만한 맥락은 충실하게 만족하고 있다. 음식만 먹을만하면 된다. 딱히 선택의 여지도 없어 오히려 편하다. 도가니탕(9,000)을 시켰다.

뭐 안 그런 게 있겠느냐만 특히 도가니는 식감이 완성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본성이 연골, 즉 젤라틴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가니의 최선은 중도다. 너무 쫄깃하게 씹혀도, 입에 넣었을 때 채 씹지도 못하고 후루룩 넘어갈 정도로 흐물거려도 안된다.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탕이 나왔는데, 일단 보기에 도가니 인심이 가격에 비해 야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과연 이 건더기들이 모두 도가니인지 궁금해진다. ‘스지’도 도가니랑 꽤 비슷한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탕의 건더기 가운데 도가니와 스지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래서  탕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만들어 내놓는지에 대한 개념도 뚜렷하지 않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국물 맛을 보니 달다. 고기의 단맛은 아니다. ‘이만하면 정말 고기의 단맛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국물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주의 <하얀집>에서 였을 거다(그렇다고 조미료를 아예 안 쓴 국물맛이다…라고는 하기 어렵다. 알 수가 없으니까). 어쨌든, 조미료를 쓰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 다만 50년 전통이라고 내세우는 집치고는 그 쓰는 방법이 아마추어까지는 아니어도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쓸 거면 50년의 전통 속에 녹아있는 방법으로 써서 조미료 쓰기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반찬은 세 가지가 나오는데, 김치는 대부분의 탕집에서 나오는 조합이다. 뉴슈가의 달착지근함이 두드러지는 무른 깍두기와 젓갈 냄새나는 양념이 두터운 배추김치.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매운 양념에 범벅한 통마늘이 나온다.  밥은 온장고에서 꽤 머물러 온기는 있지만 풀기가 거의 없고 살짝 풀어진 느낌이었다. 간간이 섞인 보리가 차라리 밥 씹는 맛을 더해주었다.

이 평범하다고도 하기 어려운 음식을 구천원 주고 먹고 나오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50년 전통과 도가니탕이라는 조합만으로 구천원 버린다는 셈치고 먹을 수는 있다. 달리 말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로 성의를 느낄 수 없는 음식에 오래 묵었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의 딱지를 무조건적으로 붙여주는 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는지는 재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중심이 되는 도가니탕 자체를 아예 빼놓더라도 한심한 수준이다. 이 정도의 밥과 김치, 좋은 느낌은 이미 주지 않은지 오래 되어 보이는 분위기에 살가운 구석 없는 접객까지 생각한다면 50년 아니라 500년 묵었다고 해도 이런 음식점에 전통이라는 딱지를 붙일 정당성은 없다. 소금, 후추통에 딸린 숟가락조차 없다면 대체 간은 어떻게 맞추라는 것일까? 다른 식당에서 나이 먹은 남자가 자기 설렁탕에 소금간을 해서 맛을 본 뒤 다시 소금통에 그 숟가락을 넣어 소금을 떠 추가 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직도 그렇게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그게 전통일까?

이러한 현상은 단지 이 식당의 문제 뿐만은 아니다. 손님이 멀리에서 올 정도로 맛집 소리를 듣는데  정말 세균이 옮을까봐 걱정이 되어 갈 수 없는 화장실을 고수하는 막국수집이 있다. 전통이 저잣거리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면 되는 줄 알고 그대로 끌고 나가는 곰탕집도 있다. 바꿔야 하는 것마저 바꾸지 않고 고수하는 건 전통이 아니라  아집이고, 돈 내고 먹는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오만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갈 필요없는 음식점의 목록은 갈수록 길어진다.

 by bluexmas | 2011/08/23 12:13 | Tast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라라 at 2011/08/23 12:16 
이러한 현상은 단지 이 식당의 문제 뿐만은 아니다. 손님이 멀리에서 올 정도로 맛집 소리를 듣는데 정말 세균이 옮을까봐 걱정이 되어 갈 수 없는 화장실을 고수하는 막국수집이 있다. 전통이 저잣거리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면 되는 줄 알고 그대로 끌고 나가는 곰탕집도 있다. 바꿔야 하는 것마저 바꾸지 않고 고수하는 건 전통이 아니라 아집이고, 돈 내고 먹는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오만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갈 필요없는 음식점의 목록은 갈수록 길어진다

명언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8/31 01:18
명언까지는 아닙니다만… 그냥 다들 저렇게 먹고 살고 있지요.

 Commented by 강우 at 2011/08/23 12:24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가 분명 오래전에 왔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8/31 01:18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슬프죠 ㅠ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8/23 12:38 
이 곳의 화장실도 좀 그렇죠…

사실은 여기도 스지가 더 많습니다만.. 9천원에 도가니탕 파는 곳이 별로 없으니, 중장년층의 지지가 확고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8/31 01:19
화장실은 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게요 정말 연령층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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