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팬, 알고 쓰자

얼마전 ‘소셜커머스’를 통해 롯지의 작은 팬 하나를 들여놓았다. 워낙 사회화에 소질없는 인간인지라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기는 사이트에는 접속조차 해본 적도 없고, 그냥 오래 전부터 가입되어 있는 곳에서 가끔 쓸만한 게 있으면 사는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이 크기(빵 한 쪽)의 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덥석 물기는 했는데, 사실 무쇠팬 또는 냄비(더치 오븐)의 효용에 대해 나는 좀 회의적이다. 그건 물론 무쇠팬 자체의 성능에 관한 건 아니다. 그 성능을 얻기 위한 육체 및 시간적인 노력이 가정에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무쇠팬의 원리는 이런 식이다. 팬에 열을 가하면 금속의 “땀구멍”이 열려 기름을 흡수하고,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중합반응(polymerization)’이 일어나 팬의 표면에 얇은 막이 생겨 달라붙지 않도록 만든다. 결국 천연 논스틱 팬이 되는 것이다(일반 논스틱 팬은 듀퐁사의 제품으로 대표되는 polytetrafluoroethylene, PTFE을 쓴다. 이것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문제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가정에서 어쩌다 한 번씩 조리하는 정도로는 그야말로 잘 ‘안 생긴다.’ 또한 매번 쓰고 나서 기름칠을 해주는 등의 뒷처리 및 유지관리도 번거롭고, 무엇보다 너무 무거워서 그 과정이 꽤 버겁다. 그래서 대중소 팬(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킬렛) 세 개와 더치오븐까지 가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열심히 쓰지는 않게 된고 쓰더라도 베이킹과 같이 직접 손으로 쥐고 불 위에서 쓸 필요가 없는 용도로 더 많이 쓰게 된다. 특히 더치오븐 같은 경우는 튀김이나 반죽 안 하는 빵(no-knead bread) 굽는데 좋지만 코팅이 안 되어 있으므로 그 무게까지 감안할 때 유지관리가 진짜 어렵다.

물론, 거듭 말하지만 무쇠팬 자체가 나쁜 조리도구는 절대 아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성능시험 비디오를 간만에 다시 들여다보았는데 골동품점에서 100년된 팬을 사다가 비교해 보기도 하더라(물론, 이제 죽은, 게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음식 흔적이 남아 있는 팬을 쓴다는 건 어느 면에서 좀…;). 그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그게 집에서 드문드문 조리하는 정도로는 얻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시즈닝’이 되어 있는 팬들이 조금 더 낫다고는 하지만 0~100으로 본다면 20~30정도에서 시작하는 차이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살짝 유행이 되는 것 같은데 혹시 사실 분들이 있으면 점점 쓰는 빈도가 줄어들다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으니 감안하셔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조리도구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조리방법을 감안하고 만든 것이 아니다 보니 용도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르크루제 더치오븐으로 영양밥하면 잘 된다는 포스팅도 많이 본 것 같은데, 전기압력밥솥이 한 번 스위치 눌러 놓으면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더 좋지 않나 싶다. 밥도 더 잘 될 확률이 높고(끓는점이 달라지므로 훨씬 더 잘 익지 않나?). 무거워서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도 별로 달가와하지 않더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 수입사에서 딸려보내는 유지관리법을 보면, 소금으로 ‘스크럽’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것 같다. 음식이 들러붙었을때 가장 좋은 방법은 불에 달궈 소금을 넉넉히 뿌려 닦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결정 모양 때문인지 코셔소금을 쓰는데 우리나라 꽃소금이나 굵은 소금도 별 지장은 없었다. 붙은 걸 다 긁어 내면 소금을 버리고, 불 위에서 다시 기름을 뿌려 키친타월로 문질러 주면 된다. 팔힘이 없으면 가장 큰 스킬렛은 뒤집기도 버겁다. 아, 그리고 뜨거운 팬을 찬물에 바로 넣으면 안된다.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에 깨질 수도 있다고 한다.

 by bluexmas | 2011/07/28 11:59 | Tast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차원이동자 at 2011/07/28 13:18 
음식들러붙은 것을 처리하는 방법… 좋네요. 집에가서 써먹어야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1
무쇠 팬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Commented by young at 2011/07/28 13:43 
와 쉽지 않은 팬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2
네 대신 저렴해야 되는데 그렇지도 않은게 코미디죠…

 Commented by used-P at 2011/07/28 14:06 
예전엔 시골에서 얻어온 솥뚜껑을 꼭지를 따고 팬으로 쓴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에 올려놓고 계속 기름을 뿌려주면서 (엄청 들어갔던 것 같은데 엄마가 하셔서 자세한건 기억이 안나요) 길을 들였어요.

이 팬으로 볶음밥해먹고 제사때는 전부치고 고기도 구워먹고 정말 유용하게 썼더랬죠.

식구가 많아서 한번에 많은 양의 요리를 할때 좋더라구요.

무쇠팬이나 솥뚜껑이나 비슷한거 같아요.

(고깃집에서 불판으로 쓰던 작은 팬이 아니고 정말 지름이 1미터는 될정도의 큰 솥뚜껑이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3
똑같습니다. 무쇠니까요. 한때 솥뚜껑 삼겹살이 유행이었는데, 누가 솥뚜껑 밑에 고기 있는 줄 알고 열었다가 화상입었다던데요…

 Commented by 다이 긔 at 2011/07/28 16:32 
오 팁 감사합니다. 저희집 르쿠르제도 점점 나오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3
네 그게 참… (…)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7/28 19:31 
요새 집의 프라이팬이 자꾸 달라붙는데, 소금 뿌려봐야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4
논스틱이면 망가집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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