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너머 사선 계단

이번 달에는 계단에 대한 글을 썼는데, 혹시나 해서 도 한 권 샀다(그 밖에 몇 편의 영화도 보기는 했다). 물론 책은 역시나였다. 원래도 재미없는 책인데 번역도 그냥 재미없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딘가에 나온 그림(간간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계단이 연필 스케치로 나온다. 사실 알아보기가 어렵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과 똑같아서 찾아보게 되었다.

장 누벨의 아랍 문화원은 그냥 거대한 하나의 조리개 덩어리로 기억에 남아있다. 공간은 어땠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원래 그렇게 알려져있기도 하다. 아랍의 문양-나중에 회사에서 지겹도록 다룬 것 같기도 하다…-으로 만든 조리개가 여닫히면서 빛의 양을 조절한다. 물론 고장난 것들도 꽤 있어 빛과 그림자 놀이를 하는데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직교하는 요소로 이루어진 계단은 그 옆모습(profile)이 사선이다. 난간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푸른하늘(아닌데?! 그 다음 팀 이름이 뭐였지?-_-;;;)이 노래한 것처럼 네모로만 이루어진 건물에 그야말로 본의 아니게 표정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물론 요즘은 본의로 표정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유리 너머로 있는 이 가위 계단(‘Scissors Stair’라고 , 다니던 회사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내가 입사하고 한 1년 동안 계단만 했지 아마?)의 느낌은 각별하다. 그 기하학적인 성격으로 인해 표정이 분명한 계단의 모습이 유리에 반사되면서 그 분명함을 흐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히려 더 분명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그 뒤의 스크린과 스크린으로 장난치는 빛까지 더하면…

장 누벨은 아랍문화원이나 카르티에 재단 같은 건물까지는 어떤 틀(나쁜 의미는 아니고)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는데 딜도나 빌바오 뭐시기 같은 건물들을 하면서 찰나에 다른 종류의 건축가로 진화(꼭 집어서 긍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고)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때 그의 사무실에도 갔던 기억이 난다.

무려 8년 전이라 사진이 구리다. 2003년 여름, 파리.

 by bluexmas | 2011/07/19 01:56 | Architectur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settler at 2011/07/19 05:14 
멋진데요 에셔의 그림들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19 10:28
분위기가 참 묘하죠…? 에셔의 계단도 글에다 넣으려 했는데 지면이 모자라서 뺐어요.

 Commented by apples in stereo at 2011/07/19 23:00 
아마 화이트-네모의 꿈 이 아닐까 해요 그 노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0 21:25
네 맞네요 화이트! 이제 생각났어요. 노래제목은 기억했는데 팀 이름이 기억나지 않더라구요ㅠㅠㅠ

 Commented by 볼빨간 at 2011/07/20 01:44 
여러번 찾아갔던 아랍문화원

여기서보니 왠지 더반갑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0 21:26
아 여러 번 가보셨나봐요. 저는 한 번 가봐서 잘 기억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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