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を待つセイル(帆)のように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시간에 짐을 챙겨서 꾸역꾸역 집을 나섰다. 운동을 좀 하시겠다고. 닫았더라. 덕분에 운동화만 젖었다. 누군가와 비 얘기를 했는데, 나는 딱히 동요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건 진짜 동요가 안 돼서가 아니라, 다른 일들도 잔뜩 있는데 비까지 마음대로 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오늘은 정말 비에 지쳤다. 비보다 짜증에 젖어 돌아와서는 방을 치웠다. 내일 모레면 이사온지도 석달 짼데 아직도 집은 엉망이다. 그러나 월요일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달라져야만 한다.

이 축축하고 눅눅하며 무거운 기간을 안 듣던 노래들과 때때로 먹는 아드빌 몇 알로 버텼다. 모든 것을 다 덜어내면 음악 밖에 남는 게 없어진다. 책을 읽으면 쓰고 싶어지고 음식 생각을 하면 만들고 싶어진다(딱히 먹고 싶지는 않고?). 음악은 그냥 듣기만 하면 된다. 능력이 부족해서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동안은 이 노래만 죽어라 들었다. 겨울같은 기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꺾이고 난 다음에는 여름같은 기억으로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그게 꺾이고 나니 기억 자체를 부정하게 되었다. 다음 차례가 사람인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가까워지지 않는데 말 없이도 그럴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다는 건 사실 삶이 불어넣은 만용에 기댄 탐욕이다. 이걸 너무 늦게 알아차리면 삶이 블랙홀이 되어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by bluexmas | 2011/07/17 08:35 | Life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1/07/19 23:24 
아 이 노래 오랜만이네요. ZARD팬이었는데 하필이면 제가 유학하던 때에 운명을 달리해서 참 심난했었는데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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