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골든버거 리퍼블릭-음식의 본질과 가격

몇 달 전, 골든버거 리퍼블릭에서 “수제”버거라는 걸 먹어보았다. 처음이었다. 자주 먹고 싶지도 않고, 그럴때면 그냥 고기 갈아서 만들어 먹으면 그만이라 나에게는 사먹을 이유가 별로 없는 음식이다. 차라리 버거보다 프라이 때문이라면 먹게 될 것 같다. 집에서 튀기는 건 아무래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냥 이것도 유행인 것 같아서, 어떤지 먹어보고 싶었다. 골든버거 리퍼블릭을 고른 건, 아마 막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의 아이콘처럼 사람들은 인식하지만, 나는 버거가 섬세하고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부드러운 빵-포카치아와 같은 빵으로 버거를 만드는 중급 이상 레스토랑들도 있었지만 그 뻣뻣함이 버거와는 맞는 짝이 아니다. 차라리 브리오슈라면 모를까-부터 바삭하게 크러스트를 낸 고기, 토마토나 양상추의 아삭한 식감, 피클의 짠맛 등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다양한 재료와 식감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만든 버거였다. 단면을 보면 알겠지만 일단 패티를 잘 구웠다. 물론 크러스트가 좀 더 있으면 좋겠지만, 정육 스테이크와 마찬가지로 저 정도 두께에서는 쉽지 않다. 다만 간 고기의 입자가 조금 더 굵었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특별히 신경써서 만든다는 빵도 좋았다. 버거빵은 만들기도 은근히 어렵고, 잘 만든 것을 사기도 쉽지 않다. 베이컨을 어떻게 조리하나 보고 싶어서 일부러 베이컨치즈버거를 시켰는데, 바삭하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설정했는지 아니면 손님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인지 궁금했다. 흐들흐들한 베이컨은 당연히 어울리지 않았다. 치즈가 살짝 더 굳은 건 아닌가 싶었지만 거슬리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음식 자체에 불만은 크게 없었지만, 다른 많은 비싼 레스토랑들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정하는 음식 외의 요소들은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3,500원으로 기억하는 음료수가 250ml짜리 캔이었다. 햄버거의 기원은 미국이다. 버거, 특히 수제버거라는 걸 들여온다면 당연히 그 나라의 분위기를 참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버거하우스에서 음료수는 탭을 들여놓아 무제한 리필이다. 물론 많이 먹어서 좋을 것도 없고 어쩌면 캔에 든 것보다 맛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확실하지는 않다), 버거라는 음식의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단가를 고려해서 반드시 캔으로 내야되겠다면 350ml짜리는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캔은 부족하다.

음식이 비싸다는 것을 드러내는데는 물론 여러 방법론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1. 좋은 재료, 2. 좋은 그릇이며 인테리어 아니면 3. 좋은 서비스, 4.(눈에 안 보일지라도 너무 명백한) 부동산 등이 되겠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잘 만든 버거라고 생각하지만 1보다 2가 더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프라이를 저런 비싼 그릇에 담아내거나 하는 식이다. 그래봐야 버거는 버거다. 어느 정도의 고급화는 필요하지만 굳이 이런 식이어야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매장에 비치된 사진의 브로슈어와 같은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것들을 적당히 덜어내면 1,2천원정도는 적게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끼를 먹는데 만 오천원 정도가 들었다. 그래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이 없었더라면 딱히 불만족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감자를 담아놓은 그릇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훌륭한 그릇에 안 담는 대신 그냥 감자를 조금 더 풍성하게 쌓아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버거의 본질은 풍성함이지 절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제도 좋고 고급도 좋은데 외국 음식을 들여온다면 그 본질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부분의 경우에서 느끼게 된다. 그건 뭐 한국사람들의 입맛에 맞춘다거나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다. 아무리 잘 불지 않는 세몰리나 면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팔팔 끓는 뚝배기의 국물에 담가 놓으면 불게 될 것이다. 세몰리나 면은 당연히 국물을 소면만큼 흡수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 음식을 보면 토착화보다 파스타의 본질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골든버거 리퍼블릭의 경우, 이름의 컨셉트는 무슨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인줄 알았다. 브로슈어를 보시라. 별 세 개는 세계 수제 버거 월드컵 3회 우승을 의미하는 것인가?

 by bluexmas | 2011/07/13 12:09 | Tast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Nobody at 2011/07/13 12:17 
“수제도좋고고급도좋은데외국음식을들 여온다면그본질에대해서고민을좀해줬으면좋겠다고,대부분의 경우에서느끼게된다.그건뭐한국사람들의입맛에맞춘다거나하 는것과는조금다른맥락이다.” 매우 동감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1/07/13 13:52
저도 동감합니다.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Five guys 라든가 M burger 뭐 이런 식 이름이 친숙해서 좋은데;;

 Commented by 우기 at 2011/07/13 14:52 
동감하고 갑니다.

그 나라에서는 서민음식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고가의 음식으로 변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Commented by 토마토마토 at 2011/07/15 03:12 
매일유업의 파일럿 격 햄버거집… 전 수제버거집 들 중 가장 맛이 없던걸요. 비싸기만 하고.

햄버거의 본모양은 아시다시피 이태원의 펍들에서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맛은 별로더라구요..

그런데 요새 수제버거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지고 있어요.

레이디들의 스테이크 대체재로서의 썰어먹는 햄버거집들은 조금씩 저무는 것 같고, 개성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만들어 내놓는 햄버거들이 놀라운 경우도 있고요. 뭐 이러다 보면 Shake Shack 같은 곳도 들어오거나 자생할 수 있겠죠! (제발!)

SG다인힐의 패티패티(신사점)나 녹사평 자코비버거에도 한번 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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