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노래의 토요일

홍대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생각보다는 멀었다. 강남교보 사거리에서 압구정동 현대백화점까지도 걸었다. 그것도 생각보다는 멀었다. 일하기 싫어서 그랬다. 종로에 들러 볶음밥만 먹으려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만두를 드시길래 그것까지 시켜서 다 먹었다. 반만 먹고 싸가려다가 그냥 다 먹었다. 미친듯이 배부르지는 않았다.

갑자기 유치한 노래들이 막 생각났다. 그 가운데 가장 유치한 노래를 골라 바로 다운받아 들었다. 다섯 시부터 방금 전 집에 돌아올 때까지 들었다. 막판 1km쯤에서 배터리가 다 나가서 집에 올때까지 듣지는 못했다. 물이나 바람소리, 아니면 자전거 바퀴 소리까지만 듣고 싶었는데 웬 20대 어린이들이 아이돌 그룹 노래를 크게 틀어대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민폐 끼치는 인간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끼친다. 도구를 쥐어주면 더 열심히 잘 끼친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인데 생각해보니 원숭이도 그렇구나-_- 자꾸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싫어하려고 한다. 좋은 게 아니다. 자전거는 잘못이 없다.

양화대교에서는 음주단속이 한창이었다. 그 앞 모텔에 모범택시가 섰는데 술에 취한 늙은 아저씨와 멀쩡한 어린 아가씨가 내렸다. 그 둘이 부러웠다. 모범택시를 탈 수 있을만큼 돈이 많은 것 같아서. 사실은 택시비가 아까워서 걸었거든. 다리 초입에서 뛰듯 걸어가는 내 그림자를 보고 비웃었다. 너, 또 실패를 앞두고 있구나, 큭큭. 언제나처럼 그림자는 별 말이 없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늘 달고 다니는 것도 귀찮은데 말도 할 줄 알면 골치 아플테니.

모르는 건 말을 하지 말아야 되는데 굳이 말하는 건 뻔뻔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뭘 모르는지 모르거나.

올해 지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여행 간다.

 by bluexmas | 2011/06/12 02:23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6/13 00:09 
ㅎㅎ 여행은 꼭 다녀오세요.

가지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가고 후회(?)하는 게 낫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6/16 00:54
네 그럴 생각입니다^^

 Commented at 2011/06/14 17: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6/16 00:55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까도 인도에서 핸드폰 통화하면서 자전거 타는 인간 봤는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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