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in’ it tighter

몸은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제시간에 맞춰 출근하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순서는 언제나 똑같다. 다만 공간이 바뀔 뿐이다. 이 집의 부엌은 좁은 대신 동선이 딱 떨어진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그렇게 배치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예산 문제로 아직 미완성일 뿐이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데는 정확하게 한 시간이 걸린다. 설겆이를 안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지 않았더라면 15분 정도 덜 걸렸을 것이다. 커피의 경우, 마지막 한 모금은 남겼다가 돌아와서 마셨다. 물론 다 식어 있었다. 관운장이라도 커피를 그 시간 동안 따뜻하게 유지할 재주는 없을 것이다.

사실 아직까지는 딱히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홉시면 아주 이른 아침도 아니다. 물론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정도는 아니다. 그냥 좀 많을 뿐이고 그나마도 18분만 버티면 된다. 고속터미널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내린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 사이의 시간이 뜨는 동안 모처에 가서 맛없는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일을 한다. 집에 있으면 신경이 분산되어 잘 못하는 일들이 있어서,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영업자는 집에 있으면 관성이 붙어 잘 못 나가게 된다. 그럼 이렇게 억지로라도 만들면 된다. 잡생각을 안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간이 필요하다. 돈을 번다면 그런 공간도 하나 따로 가지고 싶다. 작은 방에 책상과 의자만 놓고, 컴퓨터는 있지만 인터넷은 들여놓지 않는다. 필요한 자료조사는 집에서 하고, 그 방에서는 읽고 쓰기만 한다.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 행위 자체가 행복한 게 아니라,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그런 공간을 만들 여력이 있다는 차원에서. 사치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이니까.

사진의 키보드는 오른쪽 시프트가 없다는 멍청한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만만하다. 서너배 비싼 걸 사면 접을 수도 있고 아이폰도 거치할 수 있는데, 너무 비싸서 그냥 불편함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넷북 키보드보다도 크기 때문에 딱히 불편한 줄을 모르겠다. 거기에 아이폰을 연결해서 일을 하고 그날그날 메일로 보내 백업을 해둔다. 일이 다 끝나면 커피를 한두 잔 마시고 집으로 향한다. 빨리 가서 마저 일을 해야-라고 늘 생각은 하지만 시간이 다할 때쯤이면 커피 한 잔 안 마시고 들어갈 수 없는 기분이 된다. 밖에서 쌓은 감정은 밖에서 다 털어내고 들어가야 한다. 집은 집대로 돌아가야만 하니까. 사실은 커피 마시는 낙에 산다.

당연히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버틸만 하다. 아, 그 말은 일단 다음주를 살아서 넘긴 다음으로 아껴두어야 하는 건가. 사실은 살고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힘겨워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얼마나 잘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다. 초라하게 살아남으면 안된다.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더 이상은 싫다. 삶이 삶이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배하기는 이제 좀 그만 하고 싶다. 더 구체적인 명분을 좀 달라.

 by bluexmas | 2011/06/03 00:17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06/03 00:37 
저도 삶에 대강대강 끌려가고 있어서..

언제쯤 맘먹은대로 지배하고 살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불별 at 2011/06/03 01:11 
저도 저 키보드 요즘 계속 알아보고 있는데.. 고민되네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06/03 10:53 
모니터 화면이 진쫘 작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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