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분해 간장과 같은 감정

산 분해 간장 뭐 그런 게 있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간장의 대부분은 산 분해로 만든 건데 이게 메주 띄워서 만든 것처럼 까만색을 띌 이유가 없다던가. 뭐 그래서 까만색이 나는 걸 섞는단다. 그게 색소인지 간장인지는 나도 귀찮아서 찾아본 적이 없다. 어쨌든, 그렇게 투명하거나 깨끗하거나 유쾌하거나 뭐 그런 감정을 단 한 방울로 칙칙하고 어둡게 만드는 감정이 있다. 그런 감정과 맞닥뜨릴 조짐이 보이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그 전까지 가지고 있던 감정이 좋으면 좋을 수록 빨리 피해야 한다. 안 그러면 그 전까지 느꼈던 기분이 무엇인지도 잊고 우울해질 수 있다. 나는 오늘 비교적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럴 때는 과감히 도망쳐야 한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대재앙 자초투어” 누군가 이렇게 이름을 붙여주셨는데 하여간… ㅈㅁ할 각오를 하고 길을 나섰는데 의외로 멀쩡했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곤란해진다? 하도 맛없는 걸 많이 먹고 다니다보니 이제 맛있으면 불안해진다. 말이 그렇고, 사실은 좋다.

New Pornographers 아주 오랜만에 들었는데 예전보다 더 좋게 들려서 일하러 가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특히 “This whiskey priest he burned the church to keep his girls alive.”이 부분이 너무 웃기게 들렸다. 어쨌든 그럴 때는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이 노래가 특히 좋게 들려서 비디오를 찾았는데 공연장이… 여기 몇 번 갔었다. 브랜디 칼라일 공연도 여기에서 본 것 같은데. 길 건너에 Porter라고 온갖 맥주에 음식도 괜찮은 펍이 있었다. 내가 뜨기 직전에 뜨던 곳.

강가를 걷는 어린 여사원 ‘어린’,’여XX(학생 또는 사원)’과 같은 단어를 조합해서 쓰려면 왠지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하여간, 장을 보고 늦은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음식물 쓰레기만 버리러 나갔다가 바람이 시원하길래 또 강가에 나갔다. 다들 편안한 옷차림인 가운데 이제 막 퇴근하는 듯한 복장의 여사원과 마주쳤다. 다들 편안한 옷만큼 또는 그보다 좀 못한 편안함이 얼굴과 몸에 깃들어 있는데, 그녀는 아직도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떨쳐버리지 못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걷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터에서 걸어오는 길이라면 여의도(약 5km)일 것이 뻔한데, 무엇인가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삭혀버리려 걷는 길이었을까? 어쨌든…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아침에 뿌린 향수의 베이스 노트(라고 추정되는) 밑에 아저씨 사원의 음침한 눈초리로 대표되는 남초조직의 음모 냄새가 적나라하게 풍겼다. 그리고 그건 신체접촉 전혀 없이 공기만으로 옮겨지는 냄새였다. 이제 여름이니까. 집에 왔는데 이마트 트럭이 있길래 분명히 내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몇몇 물건을 주문해봤는데, 아홉시까지 안 와서 내일 아침에 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사아저씨한테 물어보니 맞다고. 계속 전화를 하셨단다. 벌써 열 시를 넘긴 시간이고 나는 충전하느라 전화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집에 와서 보니 전화를 여섯 번이나 하셨더라.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냥 집 앞에 놓고 가시면 될 것을. 내가 돈 내고 누리는 권리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도 있다. 원래대로라면 아홉시에 끝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때까지 배달한 노력이 다 일하는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닐텐데 참.

하루키의 인터뷰 이제 팬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트위터에 링크가 있길래 킨들로 받아서 출퇴근길에 반쯤 읽었다. 다른 부분은 어디에선가도 본 것 같은데(인터뷰 자체가 좀 된 느낌이었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소설 번역에 대한 이야기, 또 자신이 번역하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아 이걸 한 문장으로 묶으려는데 쉽지 않군;). 나에게는 스스로의 것을 영어로 쓰겠다는 목표가 있기는 한데… 한글로 된 것도 못쓰고 있잖아 안 될 거야 OTL 어쨌든 그걸 읽다가 덕분에 손발이 제대로 오그라들만한 이야기를 하나 생각할 수 있었다. 일단 아이폰 메모장에 써 두고 훗날을 기약.

구역질, 여름의 조짐 이마트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여름이 오나보다.

딸기 아직도 있는데, 안 먹는 게 낫다. 딸기를 미워하게 될 확률이 높은 맛이다. 딸기는 절대 미워하면 안된다. 그럼 삶이 무너진다.

 은 언젠가 그리고 꼭 진다.

 by bluexmas | 2011/05/26 00:23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Nobody at 2011/05/26 00:34 
택배기사분이 책임감이랄까 아무튼 무언가가 대단하시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6/01 00:08
네 제가 좀 미안했어요. 책임감 가지고 일하시는 느낌이었거든요.

 Commented by leinon at 2011/05/26 07:13 
1. 캬라멜 색소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6/01 00:08
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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