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앓이의 시작?

지난 달에 누군가와 가졌던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외부로 보내는 글들은 하나하나가 다 내 새끼들이라서, 가장 깨끗하게 씻겨서 가장 좋은 옷을 입혀 내보내지 않으면 미안하고 또 화가 난다고. 항상 게으르지 않게 새끼들 챙겨서 내보내려고 하는데, 종종 유행에 맞을 것 같은 옷을 입혔다가 나가보니 영 아니라 울면서 들어오거나, 아니면 또 너무 유행을 신경써주지 않아서 울면서 들어오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에는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다시 씻기고 입혀서 내보내야만 한다. 다시 내보낼 때는 미안한 마음도 함께 담아서 내보낸다. 새끼나, 걔가 갈 곳 모두. 나중에 혹 진짜 새끼들을 낳아도 그렇게 키울 수 있어야 되는데 글쎄…

매년 생일께에 절정으로 봄앓이를 하는데, 올해는 그냥 넘겼길래 괜찮겠거니 생각했다. 그게 어제 오늘 터진 모양이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어제 잠을 잘 못자서 그런 것 같다. 이제 나는 밤에 일을 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낮에 덜 힘들게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기 때문이다. 때로 밤에 계속해서 끝낼 것인지 아니면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끝낼 것인지 갈등을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차피 잠을 못 잘 것 다 끝내고 잔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잘 못자더라도 일단 자는 편을 택한다. 밤을 새우기가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과감히 덮고 잠자리에 들기는 했지만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서 오후까지 꾸역꾸역 일을 마치고, 잠이나 잘까 싶어 맥주를 한 잔 마셨는데, 다른 옷을 입혀 내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머릿속이 뒤엉켰지만 일단 다 무시하고 선잠을 잔 다음, 해가 진 다음에 일어나 저녁을 주섬주섬 먹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다시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 내보냈다.

그리고는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천천히 걸어 이마트에 갔다왔다. 과일이 하나도 없기도 했고, 좀 걷고 싶었다. 이번 주에는 집 밖에 못 나간다. 광역버스는 이제 안녕인 것이다. 어쨌든 답답해서 좀 걷고 싶었다. 막판 세일로 싸게 나온 딸기를 사고, 커피 드리퍼도 새로 장만했다. 1,800원짜리를 2년 가까이 썼는데, 열 때문에 그런가 다 깨졌다. 인터넷에서 작은 걸 사고 싶은데, 당장 커피를 마실 수가 없어 큰 걸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가전제품 코너에서 가스레인지와 식기 세척기를 보았다. 그 두 가지가 붙은 걸 보았는데, 황당했다. 물과 불을 붙여놓는 생각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가스레인지에 불이 나면 식기세척기로 끄라는 배려인 것일까?@_@ 지금은 지방호족처럼 살았지만, 가는 집은 절반 넓이라서 뭔가 들일 수가 없는데… 가구는 살 돈도 사고 싶은 것도 없으니 가스레인지와 식기세척기, 좀 큰 전기 오븐만 살 생각인데 6인용 식기세척기는 베이킹용 그릇들은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가스레인지는 죄다 빨간 바탕에 꽃무늬, 전기 오븐은…

어쨌든, 생각보다 늘어난 먹을거리를 들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지금은 아프면 절대 안된다고. 왼쪽 턱 아래께가 볼록 튀어나왔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약 먹고 자려한다. 내일은 절대 괜찮아져야 한다. 그런 알고 있다. 쌓인 게 있다. 터질 때가 되기도 했다. 터뜨리면 안되는데, 그럴 수도 있다. 그럴 때도 됐다. 어디 나만 힘든가.

*이 노래 좋아하는데, 언젠가 블로그에 데려왔던 것 같기도 하다.

 by bluexmas | 2011/04/14 00:47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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