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뿌려진 정자만큼

, 혹시 이런 낚시 분위기의 제목에 불쾌감을 느낄 분들도 혹시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며칠 전 GQ의 기사 하나를 읽고는 그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더군요, 바로 이 제목과 함께.

제가 읽었던 그 GQ의 기사는 어떤 남자의 정자기증에 관련된 얘기였어요. 바로 그 글을 쓴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었는데, 대학시절 가장 손쉽게 돈을 만질 수 있는 알바로 정자기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는 몇 년 동안 매주 정자은행에 가서 기증을 했다는거죠. 한 번에 50불인가를 받고서. 그리고는 그렇게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애도 둘씩이나 낳고 그럭저럭 살게 되었는데, 그때쯤 되어서야 자기가 정자를 기증하면서 생각했던 만큼의 기증자에 대한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못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자기의 생물학적 남편, 또는 아버지를 찾기 위한 노력들이 인터넷 상에서 계속되고, 또 그런 노력에 ‘도움을 주는(물론 유료겠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사이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더라… 해서 결국 그 남자는 자신과 닮은 아이를 인터넷에서 찾고야 말았다는거죠. 그렇게 일찍들 기증한 덕분에 벌써 고등학생이었다나?

저 글을 쓰기 위해 남자가 취재한 내용들을 읽어보면,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구요. 근 10년 동안 꾸준히 정자를 기증해 왔던 남자의 경우, 최대 수십만명의 생물학적 자식들을 거느릴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을 최대로 줄이고 줄여도 무려 일흔 몇 명의 아들딸들은 거뜬하다고도 하고, 또 위에서 말한 인터넷 사이트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찾은 많은 생물학적 아빠들이 그 아이들을 만나고 뭐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 학교 졸업식에도 참가…하다가 사이트에 자신의 정자로부터 비롯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발견하고 정보를 지우고 사라졌다고도 하구요(‘더 이상 예산을 감당 못해서…’). 그리고 이 작가는 자신의 실제 부부관계가 약간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인터넷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죠. 엄마들은 아이들이 생물학적으로나마 아버지를 찾기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아, 제가 뭐 어떻게든 시험관 아기랄지 낙태등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보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에요. 뭐 제 주변에는 애를 둘이나 가진 친구도 있고 하니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찌 되었든지 저에게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과연 이런 상황에 얽혀서 아무런 접촉도 없는 여자들로부터 나온 나의 자식 아닌 자식이 열 두명이라거나 한다면 대체 나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기사를 읽으며 이 사람들의 상황을 저의 상황에 대입시켜보려고 하니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 글은 혼란스럽다는 제 심경을 털어놓으려고 쓰는 거에요. 아니, 대체 저랑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요? 그것조차도 정말 알 수 없네요.

참,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원하지도 않았는데 보았던 기사가 생각나네요. 뭐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가지고 낳았다는 기사였는데, 하필 그 사람이 잘 알려진 사람이어서 뭐 인터뷰도 나오고, 심지어는 갓난 아이를 안고 텔레비젼 인터뷰도 한 모양이더라구요. 저는 뭐 그 사람이 결혼을 수 천번 했던, 아이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그런 방법으로 아이를 가져서 낳고 살던 솔직히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아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에 대해서 신경쓰는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갓난쟁이를 카메라 앞에 들이밀었을까요? 뭐 어차피 크면서 변할 얼굴이니 그 정도 노출되는 거야 별 문제도 되지 않겠지만, 과연 카메라며 조명 등등에 아기를 그런 식으로 노출시켜도 아기의 안녕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저는 뭐 없어서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는 저러면 안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저는 오늘 왜 남의 일들에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걸까요? 알고 보면 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들인데.

 by bluexmas | 2008/01/09 12:18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at 2008/01/09 16: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보리 at 2008/01/10 11:56 

갑자기 민들레 홀씨가 생각이 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10 12:50 

비공개님: 읽으면서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아픈 것마저 초월하는 이상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보리님: ‘홀’씨는 씨가 하나 밖에 없는 거 아니겠죠?-_-;;;; 강바람 타고 네 곁으로 훨훨 가봐야 남는 건 얼굴도 존재도 모르는 아직들 뿐이라고…

 Commented at 2008/01/10 13: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비 at 2008/01/10 15:22 

아, 저도 언급하신 그 싱글맘 이야기를 미디어에서 들었습니다. 생물학적 아버지에 대해 묻자 그 엄마가, 우리 아이는 아빠 따윈 필요없어요 라는 식의 단언을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단호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 좀 의아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이나 분신으로 착각한 결과이겠지요. 남의 일이기는 하지만 저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상하더군요. 특히 그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니 측은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12 14:21 

비공개님: 그, 그러니까요… 아무리 줄여도 최소 75명? 어쩌면 좋아 내 자식이 75명이면, 야구팀 여섯개 만들어서 리그전해도 되겠어요. 자, 오늘은 동부지역 자식 1팀과 서부지역 자식 2팀이…끔찍해요.

이비님: 그 양반은 참 뭐랄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쓰럽던데요? 아이의 삶은 정말 고려해본 적이 있을까 몰라요. 대학시절 강의에서 얘기하기를, 이젠 양성성을 가진 인간으로의 발달이 참으로 중요하다던데, 아빠가 없는 아이는 그쪽 부분을 뭘로 메꾸게 될까요? 엄마의 남자친구? 택배배달 알바 총각?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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