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A Mentor

어제 글에서 언급했던 그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1:1이라면 별 문제없는(정말?-_-;;;) 영어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라면 삐걱거리는 경우를 워낙 학교에서 발표하면서 많이 겪어 왔기에(최악의 경우는 정말 말 한 마디도 못 했던 적이 있었죠… 미국에서의 첫 학기 때), 오늘도 차를 몰고 가면서 살짝 긴장을 했다고나 할까요. 결국 마지막에 단체로 질문을 받으면서 아주 약간 버벅거리는 불상사를 빚어내고 말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절실히 느끼는 건데, 정말 좋은 멘터가 되는 것은 쉽지 않더라구요. 언제나 자발적이어야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이 직업을 가지면 언제나 취하게 되는 비판적인 태도를 완전히 내려놓고 학생들을 대해야만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죠. 어차피 이 관계가 강제적인 것도 아니고, 제가 아니어도 그들에게 비판의 칼날을 가하면서 그 어린 나이에 가질 수 있는, 또 가져야만 하는 순수한 열정을 꺾고자 하는 사람들은 차고도 넘칠테니까요. 저도 그 길을 거쳐오면서 절실히 느낀건데, 때로는 좋은 말을 더 많이 해주는 사람도 필요한 것 같더라구요. 단, 학생이 언제나 최선을 다 한다는 가정하에서…

생각보다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해서, 네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한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는데 법정 음주 연령에조차 도달한 아이가 하나도 없어서 뭐랄까, 격세지감도 아닌 이상야릇한 기분(그냥 핵심을 찌르자면 ‘나 늙었구나!’ 의 기분T_T)을 느꼈는데, 만들어간 팜플렛을 나눠주고 간단한 제 소개를 하고 나서 궁금한 것들을 편하게 질문하라고 했더니 뭐 대부분 예상했던 것들을 물어보더라구요. 어떤 학생은 면허를 따서 조그맣게 자기 실무를 하면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한 것이냐고 물어봤고, 또 다른 학생은 자기는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알바격으로 일하는 회사에서는 늘 디자인과 3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듯한 일들만 죽어라 시키는게 이게 지금 맞는거냐고 물어보더군요.

언젠가 저 학생들이 물어본 질문들에 대한 대답과 관련된 글을 쓸 생각이기 때문에 오늘은 넘어 가겠지만, 사실 저런 질문들은 얼핏 보면 건축이라는 직업에 관련된 질문인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 삶에 대한 그것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결국 직업이라는게 각자가 그려나가는 삶에 대한 그림을 좀 더 자신이 소망하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테니까요.

뭐 한 편으로는 이제 막 대학 공부를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은 때로 직업의 어두운 구석이나 그런 걸 굳이 알 필요도, 제가 미리 말해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질문을 긍정적인 답으로 채워주고 집에 돌아오는 기분은 오랜만에 참으로 활기찼다고나 할까요… 그건 아무래도 꽤나 오랜동안 즐거움만을 위한 의사소통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던 와중에 그런 기회를 가져서 그런 모양이겠죠. 하여간 그렇게 활기찬 기분으로 주말에 피곤하다고 집에만 쳐박혀 있지 말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열심히 하고는, 집에 오자마자 피곤해서 소파에 누워 잠들어 버렸습니다. 너무나 활기찬 저녁이었어요.

 by bluexmas | 2007/09/19 13:38 | Architectur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9/19 20:30 

좋은 일 하셨어요~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9/19 23:11 

그러다가 그 학생들 10년쯤 지나서는…속았다! 그러는거 아닐까요? ㅋㅋ 대입 면접에서, 로봇 만들려고 지원했다는 제 말에, 피식피식 웃던 교수님들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Commented by 소냐 at 2007/09/20 02:22 

뿌듯한 하루를 보내신 거 같아요. 멘터링을 언제나 받아야 하는 처지의 저로서는 남에게 멘터링을 해줄수 있다는 게 참으로 부럽게 여겨지네요 ^^

 Commented at 2007/09/20 02: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9/20 09: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9/20 14:01 

핑크님: 좋은 일은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왠지 가출한 식욕을 찾아주는게 더 좋은 일 같은데, 우유팩에 광고라도 내 볼까요? 잃어버린 식욕(아니 2X세)을 찾습니다. 얘야, 내가 잘못했다, 꽃게찜 해놓고 기다릴테니 돌아오렴… 이렇게요.

blackout님: 옛날에 참 순진한 청소년이셨나봐요^^ 저는 그래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요~ 단지 삶에 찌든 비관주의를 끄집어 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죠.

소냐님: 저도 사실 멘터가 있고 아마 소냐님보다 더 많은 멘터링을 필요로 할거에요. 직업인으로서는 아직 걸음마도 못 하는 단계라서요. 제가 좋아해서 하는 거라서 재미있더라구요.

비공개 1님: 저도 한때 정말 엄청난 물욕을 주체 못해 괴로워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거 가져봤자 궁극적으로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시들해지더군요. 그렇다고 그런 욕구가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알고 보면 뭐 평생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에요. 사실 저는 웬만해서는 그런 결정을 한 사람을 말리지는 않는 편이에요. 가급적이면 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비공개 2님: 그러셨군요. 저는 뭐 언제까지는 굉장히 비판적인 인간이었고 또 사실 아직도 좀 그런 편인데 그걸 그렇게 즐기지는 않는 편이에요.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9/21 00:47 

우유팩 광고라는 말을 들으니 blur의 coffee & TV 뮤직비디오가 생각나요 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9/24 09:58 

핑크님: 사실 저도 그 뮤비가 생각나서 쓴 댓글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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