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오랜만에 House를 보았습니다(빌어먹을 American Idol 때문에…). 얼핏 생각하기에는 24와 Prison Break이 더 큰 스케일의 쇼같지만, 뭐 인체가 하나의 소우주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루는 이 드라마야말로 월요일에 방영되는 Fox의 쌍두마차보다 더 큰 스케일의 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 24 같이 스케일 큰 액션물이 결국 사건의 전개에 몰두하기 때문에 사람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볼 수록 흥미를 잃는다고 언급했었는데, 바로 그러한 이유가 보면 볼 수록 House가 더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듭니다. 일단 Prison Break에서와 같이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서 환자와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House를 비롯한 몇몇 의사들에 불과한 등장인물들…이러한 집약된 배경에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말 수천 혹은 수만 가지의 죽음에 이르는 길 가운데 하나, 혹은 두어서너대여섯에 불과한 질환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끝, 죽음 자체를 이야기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듭니다. 거기에다가 병원에 죽을 병으로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사연 하나쯤 없을리 만무한 법…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지닌 구구절절한 사연은 갈수록 옅여지고 있는지도 모를 삶의 희망과 한데 엮여 LA 근교에 터진 핵폭탄 만큼이나 크나큰 긴장감을 불어넣게 됩니다. 어제 24의 극중 뉴스 보도에서는 터진 핵폭탄으로 인해 만 이천명이 죽었다고 나오지만, 텔레비젼을 보는 사람들 가운데 그 수자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왜? 극중 어디에서도 그 사람들이 고통을 겪거나 죽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단 둔감해질 수 밖에 없는데다가, 아무리 사람이 많이 죽어도 우리의 잭 바우어만 죽지 않으면 세계의 평화, 적어도 미국의 평화는 찾아올테니 걱정하는 것은 바보짓일테니까요. 말하자면 24는 강한, 그리고 다치거나 피흘리지만 죽지 않는,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웅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지 핵폭탄 때문에 죽은 일만 이천명의 비애를 묘사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House에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집약된 배경 속에서, 죽음 앞에 서서 한없이 약해지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역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소우주와 같은 자신의 몸을 바치면서 까지 극의 흐름에 죽음의 그림자가 깃든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의 고통받는, 그리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환자에게로 감정이 이입되는 법…그렇게 몸을 바친 환자는 결국 개싸가지인 House의 손길에 힘입어 새로운 삶을 찾게 되고, 시청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마련입니다.

사실 House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 저 인간이 왜 저렇게 싸가지 없게 자라났는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계속해서 보니, 그는 예전에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고, 이제는 자기 방어를 위해 사람들을 저렇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마치 신 포도처럼 느껴지는 것이겠죠. ‘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래봤자 예전처럼 또 상처 입을꺼야’ 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에게 싸가지 없이 굴어야 남들이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그러면 결국 자신이 다가가고 싶은 욕구 역시 사그라들게 될 테니까요. 너무 말이 안 되나?

* 오늘의 에피소드에는 Dave Matthews가 환자로 나왔는데, 연기가 정말…

 by bluexmas | 2007/03/07 12:39 | Media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makondoh at 2007/03/08 16:45  

데이브 매튜스가 나왔다고? 기대되는 걸!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3/09 13:21 

이번 에피소드 끝내줬다. 스포일러 되기 싫어서 말은 안 하겠지만…

 Commented by 산만 at 2007/07/03 18:41 

세 남매는 그래도 아쉬워요. 참 적절한 조합이었는데.. 새 시즌을 어떻게 시작하려는지. 싸가지없이 구는 자기방어 뿐 아니라 그 와중에 음악/기타/오토바이 등을 철면피처럼 탐닉하는 것에도 온갖 정당화의 기제를 만들어내는 것 보고 은근슬쩍 공감/부러움도 들더군요. 하우스 역의 영국배우..”평범해보여서” 캐스팅했다던데, 저는 저렇게 까칠하고 음울하며 퀭한 junky의 눈을 가진 사람은 미국에서 좀처럼 찾기 힘들거란 생각을 했어요. 본인은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느라 고생했다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4 11:08 

Hugh Laurie, Stuart Little에 출연했으니까 그때의 사진을 imdb에서 찾아 보시면 너무 웃기다고 생각하실거에요^^ 사실 제가 하우스를 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계기도, 어떤 토크쇼에 휴 로리가 출연해서 영국 영어를 하는 걸 보고 충격 받아서였죠. 저도 몰랐어요. 그가 영국인진지…

삼남매는, 저도 좋아했지만 하우스가 계속해서 사람을 갈군다고 생각할 때, 같은 사람들을 같은 패턴으로 갈구는 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별로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Chase와 Cameron이 엮어진 건 저도 뭐 좀 훈훈한 기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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