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다크” 초콜릿-괴물이 파는 가짜
천 원짜리 음식도 비평의 시선으로 바라볼 가치가 있을까? 할인 행사에 맞춰 드럭스토어를 넘나들며 이런저런 초콜릿을 사먹다가 근처의 노브랜드까지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리하여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고 과감히 외치는 ‘프랑스산’ 다크 초콜릿을 사왔는데… 먹어보니 맛이 참으로 신기했다. 다크 초콜릿 같기는 한데 너무 달아서 한 쪽 이상 먹을 수 없는 수준이랄까. 원인 파악이 잘 안 돼 뒤집어 영양 정보를 보니 100그램 가운데 설탕이 60그램. 분유나 유고형분 등을 쓰지 않았으니 기술적으로는 “다크” 초콜릿이라 부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런 부재료들이 들어가 밀크 초콜릿이 되어야 할 자리, 즉 코코아 버터나 매스가 비는 만큼을 설탕으로 채운 제품이었다.
이런 음식을 만날 때마다 심경이 참으로 복잡해진다. 천 원 안팎이니 ‘참 웃기는 물건이군 이런 걸 팔려고 들다니’라고 가볍게 비웃고 버려 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 먹음으로써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격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보다 적어도 몇 배는 훨씬 더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끼니처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닌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초콜릿을 한 번 먹을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생리적으로도 미각을 마비시켜 다른 음식을 먹을 기회도 일시적으로 앗아 버릴 수 있다.
이런저런 정보를 확인하려고 이마트몰의 제품 페이지를 들여다 보았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런 수준의 음식을 소비자를 위하네, 프랑스산이네 딱지를 붙이는 것도 모자라 귀중품처럼 사진을 찍어 놓다니. 호텔 사업 같은데 야심차게 진출할, 그리고 SSG를 비롯해 백화점 등의 식품 코너를 일정 수준으로 갖춰 놓은 기업이라면 이런 물건을 들여와서 팔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싸니까 싼 걸 감추려 들지 않는 음식보다 싼데 안 싼 척, 혹은 고급스러운 척 하는 음식이 더 악하며 노브랜드는 대체로 그런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하여 했던 말 또 한다. 사람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이런 음식은 괴물이나 파는 것이다.
*사족: 이제는 생각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놓아 두는데, 와인(L&B)부터 식품관 리뉴얼, SSG, 데블스 도어, 레스케이프 등을 통틀어 신세계에서 그나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사업이 노브랜드 말고 있을까? 만약 없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