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타쿠미야-식부관보다 더 처참한 실패
공덕역 사거리를 건너려는데 전화가 왔다. 예약을 확인한다며 정말 오느냐고 물었다. 네네, 그럼요. 예약을 했으니 당연히 가야죠. 지금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고 있습니다. 금방 갑니다. 네, 천천히 오셔도 돼요. 다만 오늘 빵이 너무 잘 나가서… 예약 없이 사러 왔다가 못 사고 가는 사람이 있는 상황이 만약 오지 않는다면 그 빵을 팔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예약을 했는데 어찌 안 갈 수가 있는가. 게다가 취재를 위한 것이었으므로 나에게도 타쿠미야의 빵이 필요했다.
판매 직원은 너무 친절했다. 그날따라 빵이 일찍 매진되는 바람에 헛걸음을 한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나를 위한 빵 두 덩어리(9,000원*2=18,000원)만이 남아 있는 매장에서 계산을 하며 시식용을 한 쪽 먹었다. 그리고 바로 절망했다. 이런 맛이라면 나는 또 직원의 친절함을 의식하며 부정적인 리뷰를 써야 하는 구나. 집에서 먹어도 인상은 더 나아지지 않고 되려 나빠지기만 했다.
무엇보다 너무 달았다. 식빵은 물론 뿌리를 나누는 햄버거/핫도그 번/롤빵 등은 짠맛으로 기우는 종류가 아니다. 단맛이 적당히 두드러진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난다. 하지만 타쿠미야의 식빵은 그런 수준을 넘어서 소보루빵 같은 단과자빵처럼 달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빵류가 ‘enriched bread’로서 계란과 지방(버터 등)을 쓰는 가운데, 이곳에서는 계란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자랑처럼 드러내고 있다. 덕분인지 전체적인 빵의 맛이 덜 풍성한 가운데, 그 사이를 단맛이 비집고 나와 한층 더 도드라진다.
이런 빵을 오직 2.8센티미터 한 가지 두께로만 썰어서 판다. 덕분에 거의 디저트를 먹는 느낌인데다가 촘촘하고 마른 스폰지 같은 질감도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색에서 유추할 수 있듯 구웠다기보다 오븐에서 ‘말린’ 빵으로 덜 익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런 빵이 한 덩어리 ‘2근(대체 어떤 시대인데 이런 단위를?)’에 9,000원이다. 한 쪽, 반 덩이, 한 덩이의 구분만 있을 뿐 단 한 가지의 식빵만 판다. 비싸고 맛도 없는데 선택의 폭도 좁다 못해 없다. 거룩한 이름을 받을어 “생”으로 먹어도 맛이 없고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해도 단맛도 질감도 대체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빵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장인정신의 구현을 넘어 식빵으로 예술을 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알겠는데 가격 빼고는 어떤 구석에서도 받쳐주지 않는다. 직업인으로 취재에는 참고했지만 생활인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결국 버렸다.
식부관도 똑같이 비싸고 맛없지만 세 종류를 팔아서 적어도 먹기 전까지는 ‘이건 그래도 맛있겠지’라는 희망은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시식하는 것만으로 사실 상황이 종료된다. 아, 이런 수준을 “생”식빵이라고 만들어서 파는구나. 이런 게 동네에서 식물성 지방 넣고 4~5,000원에 파는 그저 그런 빵보다 더 나쁘다. 그런 것들은 애초에 ‘척’을 할 생각도 하지 않으니까. 맛도 없는데 거창한 문구, 한 술 더 떠 낙인 같은 것으로 있어 보이려 발버둥치지 않으니까.
*사족: 포장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냥 싼 쇼핑백 위에 뚜껑 같은 걸 덮어 놓은 형국으로, 전체의 각을 잡아버리므로 한층 더 부피가 커져 들고 다니기에도 불편하고 쓰레기만 더 나온다. 그러니까 이런 접근을 ‘고급스러움’의 구현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