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루 캐시미어 스웨터의 예비 털실
‘거쳐 갔다는 건 알지만 이제 더 이상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가 요즘 매일 쓰고 있는 ‘버리는 물건’ 이야기의 핵심이다. 가장 좋아했던 스웨터에 딸려 온 예비 털실인데, 입었던 시기는 이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몇십 킬로그램 덜 나갈 때, 그러니까 인생에서 두 번 존재했던 대규모 다이어트에 한창 성공했었던 때였다는 건 아직 기억한다. 그렇다면 삼십대 초중반이었을 것이다. 색깔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서 ’00 퍼플’ 혹은 ’00 바이올렛’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방금 글의 제목을 입력하면서 불현듯 생각이 났다. ‘에그플랜트(가지)’였다. 믿거나 말거나.
2002년 바다를 건너갈 때 가장 궁금했던, 존 메이어의 ‘No Such Thing’이 울려퍼졌던 제이크루는 바나나 리퍼블릭을 따라가려다가 쫄딱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캐시미어 스웨터는 길트를 거쳐 요즘에는 유니클로로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한편 요즘에는 썩 즐겨 듣지 않지만 존 메이어 선생님은 그럭저럭 잘 계신 것 같다. 보푸라기가 너무 일어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실을 쓸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