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의점 3대 간식

‘O대 XX’ 등의 소위 ‘줄 세우기’를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필요한 것도 같다. 줄 세우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애초에 자격 미달인 것들 사이에서 순위를 정해 놓으면 무엇하겠는가?’임을 감안한다면, 자격이 있는 대상이라면 줄을 세워도 상관이 없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반경 500미터에 편의점 하나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환경에서 3년 넘게 사는데다가 요즘의 최저임금 논란 등과 맞물려 생각이 많아지는데, 다음에 정리하기로 하고 일단 요즘 즐겨 먹는 편의점의 3대 간식에 대해 가볍게 써보자. 공교롭게도 전부 국산이 아니라는 점이 슬프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싼 음식이라고 해도 품질의 차이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받아들여도 된달까.

1. 생미셸 팔레트

IMG_4384제품명은 저렇지만 프랑스어니까 ‘팔레’가 맞는 표기일 것이다. 정확하게 규정하는 출처를 못 찾았는데, 부슬부슬한 질감을 감안한다면 팔레(palet)를 ‘브르타뉴식 사블레’라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잘 알려졌듯 sablé라는 단어 자체가 ‘모래의’라는 뜻이다). 버터의 비율이 일반적인 사블레보다 높아 균형을 맞추고 보존력을 높이기 위해 소금을 많이 쓰거나 아예 가염 버터로 만들기 때문에 짠맛도 꽤 두드러진다. 이것 말고도 생미셸의 제품이 이것저것 수입되는데,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 마들렌 같은 경우는 주 지방이 식용유라, 완성도는 무리가 없지만 딱히 깊은 맛은 없다.

부슬부슬한 질감과 ‘단짠’의 ‘밀당’까지 고려한다면 그냥 먹는 것보다는 유지방을 덧대어 주는 편이 훨씬 더 즐겁다. 짝이 맞으려고 그러는 것인지 한국에서는 프랑스산인 하겐다즈(역시 알려진 것처럼 ‘하겐다즈’는 미국 브랜드로 아무 의미 없는, 유럽의 분위기를 풍기도록 만든 조어이다) 아이스크림이 있다. 편의점의 작은 컵 하나에 이 비스킷 두 개의 비율이라면 5,000원 수준에서 그야말로 ‘가성비’ 정말 좋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 이 둘의 조합은 고전 가운데 고전이므로 역시 바닐라맛이 가장 잘 어울린다. 2개 들이 두 봉지에 1,500원.

*사족: 이런 것과 한국에서는 그나마 고전 취급을 받고 있는 해태제과의 ‘사블레’를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후자의 이름과 전혀 죽이 맞지 않는 질감이란…

2. 영 도너츠

IMG_3307 평범하지만 잘 만든 케이크 도너츠를 찾기 어려운 2018년이다. 잠깐, ‘케이크 도너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도너츠는 만드는 방법으로 크게 둘로 분류된다. 일단 일반 빵, 혹은 브리오슈처럼 효모를 써서 발효시킨 반죽의 효모 도너츠가 있다. 발효를 시켜야 하므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좀 더 가볍고 폭신하다. 한편 케이크 도너츠는 베이킹파우더 등의 팽창제로 부풀리므로 금방 만들 수 있는 반면 단단하고 밀도가 높다. 각각의 물성을 감안하면 자연스레 전자는 잼 등으로 속을 채우는 경우가, 후자는 그대로 먹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간식’ 같은 걸 표방했던 하라 도너츠도 어느새 사라졌고 도너츠를 전문적으로 내세우는 소수의 개인 매장은 주로 효모 도너츠를 전면에 내세우니, 케이크 도너츠는 이제 묵은 동네 빵집의 유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런 가운데 작으나마 천 원에 네 개짜리 케이크 도너츠가 편의점에 있으니… 오후 네 시쯤 일도 삶도 무료할 때 우유 한 팩이랑 먹으면 딱 맞는 양이다. 물론 남양은 빼고. 이십 팩쯤 사도 이만원이니 누군가에게 양으로 생색내고 싶을 때에도 괜찮다.

3. 바사 샌드위치

IMG_4527단맛을 딱히 즐기지 않는다면 짠맛의 간식도 있다. 북유럽의 크뇌커브뢰드(knäckebröd)는 인정사정 없는 딱딱함 탓에 ‘인간 사료’라는 악명을 누리기도 하지만 특유의 복잡한 구수함과 단맛 (그리고 호밀 등에서 나오는 약간의 쓴맛과 신맛)을 지니고 있으며 차가운 크림치즈와 함께 먹으면 놀라운 질감 및 맛의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 약 10년 전부터 ‘바사(wasa)’의 제품을 먹고 있는데… 아예 크림치즈를 끼워 만든 샌드위치가 백화점 식품 코너 등을 거쳐 편의점에 진출했다. 부피가 적으니 식사 대용으로는 좀 어렵지만 아무래도 아침에 어울리는 맛이고, 몇 봉지 혹은 박스로 사서 쟁여 두었다가 훈제 연어와 와인을 집어 오면 집에서 간단히 벌이는 술판에 나름 괜찮은 안주로도 공헌할 수 있다. 한 봉지 두 개 들이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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