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우나스-착잡한 시각성의 페이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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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페이스트리를 먹으면 한동안 착잡함을 느낀다. 맛이 없어서? 그렇지 않다. 굳이 결론부터 내려야 한다면 우나스의 케이크는 맛없지 않다. ‘도산 멜론’을 포크로 가르는 순간 흘러 나오는 멜론 콤포트의 촉촉하고 싱그러운 단맛 하나만으로도 요즘 같은 날씨에 이곳을 찾은 발걸음은 적절히 보상 받을 수 있다.

착잡함의 진짜 원인은 구현의 형식을 위한 의사결정이다. 굳이 이렇게 복잡한 모양새로 만들어야 할까? 물론 페이스트리는 인위적인 조작을 얼마든지 복잡하게 할 수 있는 음식이니 실무자가 원하는 만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간과 인력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런 수준의 가공을 위해서는 다른 부문이 본의든 아니든 소홀해질 수 있다.

IMG_4434 만약 그 부문이 맛이라면? 이대로도 그럭저럭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케이크이지만 맛의 완성도에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느꼈다.  ‘도산 멜론’의 경우라면 콤포트와 조화를 이루는 무스의 뻑뻑함이나 커피와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한층 더할 수 있는 신맛의 부재, ‘아무르’가 품고 있는 각 요소의 지나친 밀집 등은 궁극적으로 모든 요소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는 가격까지 감안한다면 다소 아쉬웠다.

한편 이런 종류의, ‘오브제’를 구현하는 형상화의 시도가 전체의 조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또한 떨쳐내기 어려웠다. 두 케이크는 모두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화이트 초콜릿의 껍데기로 마무리 되었는데, 두께나 살짝 끈적거리는 질감을 감안한다면 전체의 경험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윗 단락에서 언급한 ‘도산 멜론’의 마스카르포네 치즈 무스의 뻑뻑한 질감도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아 더 아쉬웠다.

IMG_4424 말하자면 좀 더 평범한 형태를 좇는 대신 축적한 자원으로 맛을 좀 더 다듬은, 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인다면 좋겠는데, 일단 시각적으로 차별성부터 확보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시대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착잡했다.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니고 성취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소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따라서 이런 방향의, 복잡함을 위한 복잡함의 구현이 결국은 실무자를 빨리 소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방향이 아니더라도, 너절하게 큰 의미 없는 장식적 요소들을 늘어 놓거나 겹쳐 복잡함을 추구하는 방향도 마찬가지로 소모적이라고 본다.

일반적인 레이어드 케이크를 축소시킨 수준이라면 모를까, 각 케이크 별로 틀을 써야 하는 프티 가또가 지금 한국에 꼭 필요한 것인가? 모양새는 평범하지만 맛을 잘 다듬은 케이크의 시대는 오지도 않은채 지나가 버렸다는 생각에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도 마음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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