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SE 호텔] 롱침

서교, 아니 라이즈 호텔의 롱침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름 때문에라도 골라야만 할 것 같은 오징어 ‘고를레(“난 오징어 고를레 고를래”)’를 비롯 네 가지의 요리를 먹고 두 가지의 디저트를 먹었다. 부드럽게 꼬치에서 쏙쏙 빠져 나오는, 전혀 저항이 없는 오징어를 필두로 불편함은 없고 ‘씹는 맛’은 있는 쇠고기, 위아래 어금니 사이에서 아주 사뿐한 탄성을 자랑한 다음 뭉개지는 피시 덤플링 등 일단 모든 재료를 일관적으로 잘 익혔다.

그런데 맛의 측면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단맛의 존재감이 거의 두드러지지 않아 신기했다. 아주 강한 짠맛 (직원이 음식을 식탁에 올리면서 ‘솔티하다’고 설명하는)의 여운이 길게 늘어지며 맛을 주도하는 가운데 시트러스류의 신맛이나 젓갈류의 감칠맛이 가볍게 거드는 설정이었는데, ‘이쯤에서?’라고 예상하는 지점에서 전혀 단맛이 등장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의도겠지만 맨 마지막에 등장한 닭날개 튀김에서는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한국의 작은 닭날개를 너무 바삭하게 튀긴 가운데 단맛을 내는 간장 소스가 찍어 먹는 역할로만 국한되어 있었으니 ‘이 소스는 발라 굽는 글레이즈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티의 바나나가 조금 더 익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디저트는 짠맛 위주의 경험을 덜어주기에는 준수했다.

2인이 요리 서너가지, 디저트 한두 가지를 시켜 먹고 상황에 따라 맥주 한두 잔 정도를 마신다면 적합할 텐데 그럼 비용이 1인당 5만원 선에서 시작한다. 바로 건너편의 ‘어메이징 농카이’와 맛을 비교하면서 먹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 가운데,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1. 태국 음식은 서양에서 인기를 누리는 나머지 서양인이 요리를 해서 다른 나라와 도시는 물론 태국에도 음식점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진정 원한다면 이 지점을 궁극적인 목표로 잡아야 할 것이다. 레시피를 포함한 체계적인 이론이 퍼져 외국인 특히 서양인을 전문 인력으로 키워내 한국 서울에 개업할 수 있는 지점 말이다.

2. 호텔 한 층을 거의 다 차지하는, 음식점이라기보다 라운지 같은 공간인데 그래서인지 접객의 대응이 좀 늦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느린 게 아니라 공간에 비해 적게 배치 된 느낌. 어딜 가더라도 사람은 먹고 빠졌는데 그릇이 식탁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걸 보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3. 메뉴판이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이름과 가격, 그리고 맛의 핵심을 이루는 식재료 몇 가지를 나열하는 형식 자체는 많이 통하는 것이니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맛의 큰 그림 정도를 한두 줄 정도로 설명해준다면 특히 이곳처럼 양이 많지 않은 여러 가지 음식을 시키는 설정에서는 음식을 고르는 과정이 좀 더 즐거울 수 있다. 메뉴판에 공간도 많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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