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진] 올드 페리 도넛

IMG_3785 가볍고 부드러우며 기름에 절지 않았다(빵).  단맛이 중심을 잡고 신맛이 균형을 잡는다(글레이즈/필링). 그렇다면 발효 도너츠로서의 덕목은 얼추 갖춘 셈이다. 진한 커피 한 잔 놓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도너츠인데, 다만 크기와 구성은 가격을 의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너무 크다. 도너츠라는 음식은 깨끗하게 먹기가 어렵다. 그래서 웬만하면 한 사람이 손으로 쥐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와 무게로 만드는 게 좋은데… 이곳의 도너츠는 지름이 10센티미터는 되는 수준으로 큰 베이글만하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잘라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글레이즈나 필링이 끈적하므로 칼로도 깨끗하게 자르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가볍고 폭신한 빵이 눌려 의도한 질감이 열화된다. 거듭 말하지만 잘 만든 발효 도너츠임을 감안하면 다소 자충수 같다.

IMG_3784한편 모든 도너츠에 크림류의 필링이 들었는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잘 만든 반죽이라면 튀기기만 해도 맛있고, 설탕만 솔솔 뿌리더라도 도너츠로서 체면치레는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싱 정도만 윗면을 덮어주면 훌륭한데 크림까지 잔뜩 들었다. 결국 자르면 아이싱이 부스러지고 빵은 눌리며 크림이 삐져 나온다… 나름 잘 생긴 도너츠라 망가트리는게 안타깝달까.

다행스럽게도 이 크림마저 맛이 없지는 않아서 도너츠의 완성도를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과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리하여 개당 4,000원대 후반~5,000원대 초반의 도너츠를 다섯 가지 정도만 판매한다면, 이런 설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던킨과 크리스피크림, 그리고 만두집이나 길거리 트럭의 꽈배기 수준이 한국 도너츠의 지평이나 아직 자리가 많이 있으니 좀 더 많은 도너츠를 즐기고 싶다. 이보다 몇 단계 더 단순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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