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의 미학


부대찌개는 왜 맛있을까? 의정부와 45km 떨어졌지만 거리에 상관 없이 훌륭한 부대찌개를 먹으며 생각했다. 핵심은 일단 햄과 소시지라고 본다. 끓이면 조미료와 짠맛이 우러나오는 것은 물론, 지방이 녹아 지용성인 고춧가루 바탕의 양념맛을 한층 더 북돋아 준다. 그만큼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라면사리나 떡의 전분, 경우에 따라 들어가기도 하는 치즈의 지방 등등도 국물에 걸쭉함이나 감칠맛 등등을 불어 넣어 촉감을 강화시킨다. 마지막으로 김치나 베이크드 빈은 신맛으로 균형을 잡아주거나 단맛으로 복잡함에 가세한다. 말하자면 음식의 기원이 그렇듯 부대찌개를 부대찌개처럼 만드는 요소는 좋든싫든 서양에서 비롯된 식재료이다.

그렇다면 부대찌개를 한식으로 보아야 할까? 난 별 주저 없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원 때문에 한식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한국 음식이 아닐까? 소위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후의 굶주림 등 절박한 상황이 우연이든 아니든 음식의 형식이나 문법을 탄생 및 강화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강한 현실을 강하게 반영했으니 이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이 없지 않을까? 부대찌개도 그렇지만 치킨 등 외국, 특히 서양이 기원이지만 한국적인 정황이나 요소가 구분 가능한 독창성을 생성 및 정착시키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모두 한국 음식으로 봐서 외연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또한 소위 전통의 기원을 자꾸 실체가 불분명한 과거로 잡는 경향이 있는데, 근현대도 얼마든지 현재의 전통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대찌개의 명칭에 대해 생각해보자. 앞에서 언급한 부대찌개 탄생의 정황은 물론 슬프고 비참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칭을 ‘순화’해야만 하는 걸까? 부대찌개의 핵심인 맛-김치와 햄, 소시지 등의 조합-은 그야말로 ‘부대’가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름을 바꿔버릴 경우 정체성도 지워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닭도리탕의 예를 들 수 있다. 애초에 닭을 볶아서 만들지도 않는데 근거도 정확하고 견고하지 않은 판단을 바탕으로  ‘닭볶음탕’으로 ‘순화’시키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되어 버린다. 비단 심정적으로만 그런 것도 아닌다.  필요도 의미도 없는  ‘볶음’ 과정이 개입한 조리법이 실제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정말 음식과 맛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

1 Comment

  • 오창훈 says:

    음식 리뷰에 정치가 들어오니 맛이 비켜나네요. 의도했든 의도했지 않았든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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