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조치: 코스트코 페퍼로니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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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안 했던 일을 처음 맡았는데, 체력 소모가 거의 하프 마라톤 뛰는 수준으로 극심했다. 그런 경우라면 단백질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더 중요하므로 ‘특단의 조치’로 코스트코 피자를 사왔다. 페퍼로니 피자가 새로 나왔다기에 맛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코스트코 피자는 왜 특단의 조치일까. 한 번 사다 놓으면 다른 음식을 아예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고 피자만 먹기 때문이다. 그게 두렵다면 먹을 만큼, 그러니까 한두 쪽만 사면 될 것 같은데 그건 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가격의 차이도 있거니와, 정말 자전거 바퀴 만큼 큰 피자를, 그것도 뜨끈뜨끈할 때 사는 만족감이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때로 그것은 많지 않은 돈으로 느낄 수 있는 굉장히 큰 행복이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나는 코스트코 피자가 한국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음식이라고 본다. 물론 회원에 가입해야만 먹을 수 있으므로 한 켜의 관문이 더 존재하는 셈이지만, 오히려 회원제도가 안전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에 피자의 가성비가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원제도가 깔아주고 대량생산이 보장해주는 ‘퀄리티’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성비 좋은 피자에도 나는 불만을 품는다. 한국에 돌아와 처음 먹었을 때부터 생각해왔는데, 꾸준히 집중적으로 먹은 결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 피자는 최적의 구간에 진입할 때까지 익히지 않았다. 말하자면 코스트코에서는 다소 설익은 피자를 팔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너무 뻔하다. 일단 한국은 ‘쫄깃한’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색이 돌면 ‘탔다’고 여긴다. 프랜차이즈 또는 대량생산 피자의 굽는 온도라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고, 설사 색이 돌더라도 치즈 같은 재료의 캐러멜화 정도일 텐데.. 그래도 탔다고 믿는다. 그렇게 덜 익힌 결과 도우가 질기고, 특히 가장자리는 때로 정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저항이 강하다. 무엇보다 이 신제품의 경우 핵심인 페퍼로니에 잘 드러난다. 여느 페퍼로니 피자에 비해 덜 익어 부드럽고, 또한 덜 오그라들었다.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된 (그러나 번역의 수준이 너무나도 의심스러운) ‘푸드 랩’에서는 2012년 페퍼로니가 오그라드는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적이 있다. 실험은 물론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등장한 은 켄지 로페즈-얼트의 글이 그렇듯 생각보다 길고 재미 없어서 끝까지 읽기가 어려운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케이싱(껍데기)의 신축성이 채우는 소시지의 내부 조직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신축성이 적은 껍데기에 속을 채우면 내부에 U자형 패턴이 생기니 익히면 더 잘 오그라든다. 2. 피자 윗면과 아랫면의 온도 차이가 오그라들기를 촉진한다.

한편 페퍼로니가 오그라들면 가운데에 기름이 고이고, 피자가 뜨거울 때 먹다가 혀를 데어 피자 업체를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그라들지 않는 페퍼로니의 개발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하는데… 좌우지간 코스트코는 피자를 좀 더 익혀서 팔 수 없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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