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클립 ‘미식대담’ 시즌 1 후기

IMG_1459어제 올라 온 결산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듯 오디오클립 ‘미식대담‘의 제작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1. 섭외: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먼저 연락을 취해 컨텐츠를 소개를 포함해 간략한 섭외 의사를 밝힌다. 메일이나 문자, 매장 방문은 물론 트위터 DM이나 심지어 손편지도 써 보았다. 승낙을 받으면 제작을 함께 하는 편집자가 회사 차원에서 정식 섭외 요청을 보낸다.

2. 사전 질문 작성: 인터뷰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입장에서 사전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는 현실에 강한 불만을 느끼므로 언제나 질문지는 미리 준비한다. 일단 한 번 준비해 편집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들은 뒤 수정하고, 이를 출연자에게 보낸다. 웬만하면 적어도 36시간 전에는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3. 진행 및 녹음: 즉흥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의 일은 여기에서 대체로 끝난다.

4. 편집 및 발행

이런 과정을 지난 7월부터 2주 간격으로 진행해 왔다. 섭외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대체로 원활한 가운데 네 분 정도가 반려했다. 모두 답신을 통해 정확하게 의사를 밝혀 주신 가운데, 한 분의 경우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분야 구분 없이 그냥 ‘실무자’라고만 칭해보자. 두세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고 꼭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므로 메일을 보내 섭외를 요청했다.

며칠 뒤,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문자를 받았다. 그런 시간대에 연락을 받을 일이 없고 대체로 자주 연락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빼놓고는 번호 저장을 해놓지 않으므로 좀 놀랐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었다. 섭외 또는 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정말 의외로 속한 ‘씬’의 문제 등등을 들었다. 한마디로 본인이 속한 씬이 ‘궤멸(‘워딩’이 100%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문자를 확인하지는 않겠다)’ 상태라는 것. 드문드문 문자가 1시간 쯤 오가다가 끊겼고 나는 일을 더 하다가 평소처럼 2시경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8시쯤 또 다시 문자가 왔고 전날 밤의 연장선 위에 있는 듯한 이야기를 좀 더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섭외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라 생각해 ‘그럼 출연해서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는데 이후로 문자가 끊겼다.

그리고 그 뒤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물론  출연에 대한 가부 의사 또한 못 들었다. 참고로 ‘생각이 바뀌면 얘기해주세요’라는 말로 마무리 짓기는 했지만 대체로 섭외 요청이 반려될 경우 적극적으로 묻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듯, 재촉하거나 짜낸다고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그런 식으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게

어쨌든 이래저래 참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반려는 전혀 상관 없지만 아예 의사표현이 없다면 또 다른 이야기일 테니까. 다만 나중에서야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차피 나를 대면하는 경우는 내가 내키지 않아서라도 별로 없을 테니 그런 일이 없을 테지만, 내 글이나 책을 읽는다는 의사 밝히기를 어느 구석에서는 꺼린다는 이야기였다. 왜? 소외 당할까봐. 나는 음식 바닥의 볼드모트라도 된 걸까? 웃기는 일이지만 하여간 그렇다고 한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보다 출연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기 위해서다. 실제로 분위기가 저렇다면 출연 자체 만으로 소위 ‘빅 딜’이지 않겠는가? (물론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쓰다가 바빠서 완성을 못한 광화문 국밥의 연속 리뷰에서 언급했듯, 나는 실무자와의 접촉을 언제나 최소화한다. 그래서 음식을 먹으면서 궁금증을 풀어도 물어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식대담’은 대략 일석 삼조의 기회였다. 나의 궁금증을 해소할 뿐더러 기록을 남기고 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분들의 귀한 시간으로 함께 빚은 구슬은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반드시 꿰어 보존할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귀한 시간을 들여 들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누군가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큰 일이므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최소한 사담 같은 건 없는, 또한 미리 질문 등을 준비 및 조율해서 만드는-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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