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나가 카라멜 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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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나는 야채호빵파다. 게다가 밀가루의 벽이 갈수록 빵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요즘의 경향에 큰 슬픔을 느껴 꽤 오랜 세월 동안 호빵을 외면해왔다. 그런데 며칠 전 밖에 나갔다가 이 노란 포장을 보고 놀랐다. 과연 뭐하는 물건인가? 카라멜 호빵 자체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이 모리나가 특유의 노란 포장이 이렇게 큰 꾸러미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날은 일단 후퇴했는데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찾아다니니 어찌된 영문인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IMG_0877카라멜도 일정 수준의 점도를 지니기는 하지만 그대로 이런 종류의 빵에 채우기에는 묽다. 그래서 무엇을 매개체로 쓸지 궁금했다. 가장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가 커스터드인데 (버터스카치와 크림 앙글레즈를 섞으면 농도에 따라 아이스크림부터 빵의 속 등등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먹어보니 팥앙금을 썼다. 카라멜이야 모조품 위주로 흔하니(팝콘 등등을 생각해보라) 딱히 어울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꽤 익숙한, 그러니까 씁쓸함이 단맛을 뚫고 제법 삐져 나오는 카라멜 맛이 그럭저럭 난다. 단맛도 만만치는 않은 편이다. 중국에도 커스터드를 채운 찐빵이 존재하는 걸 감안하면 굳이 앙금을 쓸 필요가 있나 싶지만 대세에는 지장없다.

되려 못마땅한 요소를 꼽자면 빵이다. 공업의 산물이기도 하니까 소의 점도가 제법 훌륭한데 이를 빵이 깎아 먹는다. 역시 무시하자면 그냥 무시할 수도 있는데 뻑뻑하고 푸석해서 포장지를 읽어보니 쌀가루를 썼다. 쌀의 소비를 위해 끼워 넣은 느낌인데 호빵이라는 음식과 소의 점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결론은…? 먹을 수 있다. 가끔 생각도 날 것 같다. 팥호빵을 안 먹은지가 좀 오래 되었지만 나에게는 이게 더 낫다. 옥수수 호빵 같은 것들이 나오던데 어설픈 건더기를 넣느니 그냥 매끈한 소가 낫다고 본다.참고로 포장지에 데우는 방법과 시간이 쓰여 있는데, 전자레인지를 쓸 경우 키친 타월로 싸서 분무기로 물을 좀 뿌린 뒤 권장 시간 만큼 돌리면 마르지 않고 잘 데워진다. 다만 그래도 쌀이 들어간 반죽의 푸석함이 가시지는 않는다. 오랜만에 호빵을 먹고, 이런 질감의 반죽이라면 편의점 같은 곳에서 기계에 하루 종일 돌린 건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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