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짜장식당

IMG_1122
심야짜장식당은 이상한 곳이었다. 일단 위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홈페이지에는 양천구의 모처 주소가 쓰여 있었고, 실제로 사옥이었지만 요리하는 곳은 아니었다. 단지 사무공간이었다는 말이다. 어쨌든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에서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로 미뤄보면 심야짜장식당이 단 한 군데가 아니라는 것 만큼은 누구라도 짐작 가능했다. 밀가루면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특히 짜장면을 비롯한 한국식 중식의 면요리처럼 양념장이나 국물에 덮이거나 잠기는 음식이라면 길어야 10분이면 불어 한 덩어리로 어우러지거나 가닥가닥 끊어져 버린다. 소다의 힘을 빌지 않는다면 간짜장처럼 면이 따로 나가는 음식이라고 예외도 아니었다. 불고 또 붙었다.

그러나 여태껏 그런 면을 먹었노라는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었다. 그게 심야짜장식당의 또 다른 이상한 점이었다. ‘사고처리’를 잘 해서 그런 것은 아니냐고? 인터넷 시대에 사람들 입을 막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겠는가. 사고며 결함이 밀가루면이 불기보다 더 빨리 퍼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불은 면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웬만한 피자 프랜차이즈 만큼의 조리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실제로 서울 북부부터 경기도 남부까지 시계방향으로 나선을 그리며 전 지점의 짜장면을 먹는 게 한때 맛집 블로거들, 특히 중식과 짜장면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행이기도 했다. 음식의 균일함 또는 일관성을 보겠다는 의도였는데, 각자 자신을 믿는 것 만큼의 감별 능력이 없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블로그에 써댈 만큼의 결함을 맛보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 심야짜장식당은 상호부터가 이상한 곳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식당’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위치가 공개되지도 않았지만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홀’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는 ‘식당’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실제 메뉴 또한 정확하게 짜장면이 아니었다. 미리 볶아 솥째 대량으로 끓인 양념장이 아닌, 1인분씩 볶아 면에 얹어 내는 간짜장이었다. 간짜장 10,000원, 간짜장(곱) 12,000원. 실제로 메뉴의 표기는 이러했다. 맞다, 간짜장 보통과 곱배기, 그 둘이 메뉴의 전부였다. 종종 ‘아무리 간짜장이고 심야 배달이라고 해도 한 그릇에 10,000원이 말이 되냐’라는 소위 ‘가성비’ 논쟁이 잊힐 때쯤 한 번씩 인터넷을 훑었지만 크게 확산되지는 않은 채 지나가곤 했다.

늦은 밤에도 짜장면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 ‘간짜장 10,000원, 간짜장(곱) 12,000원’의 메뉴 소개로 끝나는 홈페이지 소개글의 첫 문장이었다. 그리고 이왕 먹는다면 짜장면보다 간짜장이죠. 주문 시간 밤 11시~새벽 5시. 한그릇도 즐겁게 배달합니다. 뭐 이런 식이었다. 짜장면을 먹고 싶은 사람이 대체 누구였는지, 왜 ‘우리’라는 3인칭 복수형인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어쨌든 주문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홈페이지는 물론, 앱을 통해서도 주문이 가능했다. 대표 전화번호도 있었다. 심야짜장식당입니다. 전화는 정확하게 밤 11시부터 받았다. 주문을 마치면  10분 내로 문 앞으로 배달된다. 전자로 주문할 경우엔 문자로, 후자로 주문할 경우엔 앱의 알림으로 통보가 왔다. 문을 열면 플라스틱 랩으로 덮인 간짜장과 음식 수 만큼의 젓가락이 놓여 있었다. 심야짜장식당. 10분 내로 배달 보장. 불기 전에 드세요. 그리고 홈페이지 주소와 대표 전화번호.

그릇이 한 개만 배달된다는 점도 이상했다. 간짜장이지만 짜장을 담은 그릇까지 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둘이 한데 합쳐진 상태로 배달되지만 짜장과 면이 오래 접촉한 기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조리가 끝났을 때는 따로 나오지만 배달 도중의 어느 시점에서 합쳐치는 것이라 추측했지만 실제 시점이나 메카니즘은 아무도 몰랐다. 어쨌든 약 1cm의 정육면체로 가지런히 썬 돼지 앞다리와 양파 위주의 흑갈색 양념장이 흰색보다는 노란색에 가까운 면 위에 가지런히 올라 앉아 있는 간짜장이었다.

3 Comments

  • Guest says:

    실제 존재하는 곳인가요?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전혀 나오질 않길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안준표 says:

    소설 쓰신거죠?? 짜장면의 조리 특성과 배달을 감안할 때 저런 시스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늦은밤에 간짜장이 땡기셨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 hyungtae says:

    침을 삼켜가며 읽었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