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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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유난히 긴 덕분에 끊임없이 생각했다. 제례의 미래는 대체 어때야 하는가. 결론을 내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제례는 없어져야 한다. 비유가 다소 과격하지만 금연과 비슷하게 접근해야만 없앨 수 있다고 본다. 담배를 천천히 줄여서 끊는 게 과연 가능할까? 아닐 것이다. 한 대를 피웠는데 그게 다음 한 대를 생각나게 만든다면 그것은 금연이 아니다. 당신은 실패했다.

제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제례를 둘러싼 정신 및 육체적 노동력의 투입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이다. 가사노동, 특히 취사가 단위 가정에서 일정한 비중으로 분담되지 않는 이상 불균형의 해소는 불가능하다. 제례에 필요한 음식의 준비는 일상의 취사보다 최소 몇 배는 더 부담스럽다. 일상의 수준에서 필요한 취사의 역할 분담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그 막대한 준비과정이 비슷한 능력치를 가진 취사주체의 균형잡힌 분담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좀 과장을 보태다면 100년 동안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특히 올 추석에 더 많이 쏟아졌다고 생각하는 ‘열린 마음으로 간단히 지내는 차례’랄지 ‘우리도 돕습니다’ 등의 기사를 굉장히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쨌든 그 모든 기사의 핵심은 ‘유지하자’니까. 하지만 횟수나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거나 온갖 규율을 따지지 않고 조상이 생전에 즐겨 먹는 음식을 올린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보지 않는다. 그것이 제례라는 명목으로 남아있는 한 정신 및 육체적인 노동의 부담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피자와 티라미수만 제사상에 올린다고 해도 이 현실에서 그걸 준비하는 주체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하는 사람만 한다.

한편 한국에서 압도적인 현대적 주거 형식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아파트가 제례를 위한 대량 조리에 적합한 공간인지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답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마루나 방에 밀려, 부엌은 일단 면적 배분에서도 우선권을 차지하지 못한다. 공간이 좁으니 그 한계 때문에라도 조리의 환경이 열악한데, 여기에 ‘한식의 품격’에서 누차 지적한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인 한식 조리법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현재의 주방에서 가스레인지에 프라이팬을 올려 놓고 전을 몇 백점 지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명절용 전기프라이팬 같은 걸 소환하다고 상황이 나아질리 없다. 개별조리 밖에 할 수 없도록 고정된 습관적 문법을 현재의 여건에 억지로 끼워 맞춰봐야 취사주체만 더 불행해질 뿐이다.

비단 조리 뿐만 아니라 저장이나 보관도 문제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아니다. 9월 말이나 10월 초에도 기온이 섭씨 20도 이상 올라간다. 평소보다 많이 만든 음식을 상온에 보관하는 게 과연 안전할까? 전이나 떡 같은 음식도 위험할 수 있지만 사실 국물 음식도 당장 먹을 게 아니라면 끓인 뒤 일단 최대한 빨리 온도를 낮춰야 한다. 부피 큰 열에너지원의 온도가 완만히 떨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충분히 부패할 수 있다. 이런 측면을 과연 누군가 지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양의 산물인 냉동냉장고에 좋으나 싫으나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전통”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정말 어떻게든 제례를 죽어도 지내야 되겠다면 결국은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첫 번째는 전면 외주화다. 모든 걸 사서 쓴다. 하지만 이조차도 웬만한 경우라면 평소의 조리주체가 주관을 하게 될 것이므로 신경 쓰던 사람이 쓰는 상황일테고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심지어 밥을 사먹더라도 맨날 메뉴를 정하거나 치킨집에 전화를 돌리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아니면 보통 한국남성의 정신 전면재교육도 검토해볼 수 있다. 애초에 제례의 대상이 남성과 같은 성을 쓰는 사람들인데 음식을 직접하지 않는 현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때부터 자기 밥은 자기가 해먹는 게 생존을 위해 필요하며 진정한 인간의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에 맞춰 조리를 교육시킨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꾸준히 시킨다면 일정 수준 자립이 필요한 조리 주체의 양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제도 이전의 교육과정을 거친 연령대라면 무능의 단계에 맞춰 일종의 ‘조리 부트 캠프’ 같은 걸 설립해 보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9 Comments

  • Ss says:

    뭐 저희 아버지도 당신 돌아가시면
    “니들 먹고싶은거 올려라 나도 치킨 좋아해”
    라고 하시더군요…

  • ask says:

    마지막 문단은 거의 개그네요

  • DMK says:

    이분은 아마도 삼시세끼 모두
    사드시겠네요.

  • 정원작가 says:

    1. 한국의 제례는 당장 없애야 합니다.
    1.1. 이 미친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합니다. 종교인의 본분을 잊고 분별없이 설친다고 해서 개독교라고 욕먹는 한국기독교 일부 종파보다 더 큰 문제가 조상신 숭배 행위인 제례입니다.
    1.2. 저출산 고령화로 어차피 없어질 제도이니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이기 위해 과감히 안락사를 권합니다.
    1.3. 저는 몇 년 전부터 집 안의 모든 제례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독립적인 삶을 이룩하기 위해 조상신에 기대는 미신행위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2. 중등교육을 받은 자라면 자신의 삼시 세끼는 온전히 해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2.1. 어제저녁에 마트에서 사 온 가지를 절반은 프라이팬에 굽고 나머지는 솥에 넣고 쪄서 양념장을 만들어서 뿌려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맛있는 가지 요리는 처음 먹어봅니다.
    2.2.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조리를 직접하면서 처절하게 느낍니다. 내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식품과 조리에 관해 영어, 수학만큼 배웠다면 내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갔을 터인데.
    2.3.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아예 주택에서 주방을 없애고 모두 외식을 하지 않는 한 모두가 식품과 조리를 배워서 실천해야 합니다.
    3. 한국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갈아엎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은 3대 난제인 부동산, 교육, 일자리 문제가 한국인의 삶을 옥죄고 있는 작금에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조리입니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스스로 만들 수 있을 때 현실적 행복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aCat says:

    집안의 (일 할 수 있는) 여자들이 사망, 이혼, 도주(…)등으로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자 제사가 그냥 자연스럽게(???) 없어졌다는 소위 ‘뼈대있는 집안’ 이야기를 접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근데 거기 새 며느리를 받고 다시 제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완전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아요. 당장 없애야 할 악습, 그것이 지금의 제례가 아닌가 싶어요.

  • W says:

    ‘그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와 덩달아 ‘한남충’들을 조롱하느라 댓글이 무거워질 글이군요

  • 바람소리 says: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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