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섁 버거의 두 갈래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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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담의 셰이크섁 버거에 몇 번 들렀다. 맛의 균형은 예전에 먹었던 강남점의 그것보다 낫다고 느끼는 가운데, 계속해서 걸리는  질감이 있었다. 일종의 미끄러움 또는 끈적함이었다. 대체 이 질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감자를 쓴 빵이라는 걸 알고 나서 감이 잡혔다. 삶은 감자를 더하면 전분 덕분에 빵 반죽이 한층 더 부드러워지고 재료 특유의 고소한 맛도 더해진다. 그래서 버거나 핫도그의 ‘번’류 가운데는 아예 감자를 쓴 별도의 제품군이 존재한다.

그러나 감자빵이 언제나 긍정적인 건 아니다. 대개 번이나 롤류는 부드러움과 폭신함을 미덕으로 삼으므로 ‘베게 같다(pillowy)’라는 형용사로 묘사한다. 감자는 이 부드러움과 폭신함을 한층 더 강화하는 요소인데, 그만큼 조직력이나 치밀함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두께 등등이 결정하는 패티의 조리 상태나 온도 등에 따라 되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는 셰이크섁 버거의 현재 상태가 그렇다고 본다. 핵심은 패티의 ‘레스팅’에 딸린 온도와 육즙(!)의 상태다. 이상적인 온도대보다 높고, 의도적이든(한국에선 뜨거운 걸 선호한다) 아니든(온도 디테일에 대한 교육 미흡 이나 미숙련 등등) 패스트푸드 이상을 지향하는 버거 가게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특징이다. 물론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패티의 기본적인 뜨거움+안정이 안 된 육즙+조리~조립을 거쳐 식탁까지 오는 동안 상당 부분 밀폐된 포장 속에서 받는 수증기의 영향을 통해 버거는 총체적으로 뜨거운 곤죽(hot mess) 같은 상태가 된다. 물론 절반쯤 녹은 치즈의 가세 등등도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소위 “수제” 버거 가게가 차별의 출발점으로 두꺼운 패티(기본 2온즈, 즉 56g 이상)을 추구하니 그만큼 에너지가 크고 오래 유지되는 열원을 쓰는 셈이지만 그에 맞춰 레스팅을 적절히 하는 곳은 굉장히 드물다. 늘 말하지만 패스트푸드 버거, 특히 맥도날드를 뜯어보면 모든 요소가 각각의 논리에 맞춰 설정되어 있다. 수제버거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 너무 뜨거운데, 따뜻함과 구분을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IMG_9462한편 감자빵이나 브리오슈 같은 기본 이외의 번이 두툼한 패티와 마찬가지로 소위 ‘업그레이드’의 요소로 벌써 작용한다면, 이는 우려할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즉 적절한 단맛을 품고 너무 치밀하지도 성글지도 않은 조직으로 패티의 육즙 등등에 일종의 완충 및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는 보통의 빵이 완전히 자리잡혔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의 아슬아슬한 삼두정치 지평의 패스트푸드 위에 역시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수제버거다. 차별 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 여러 수단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고기나 빵 등의 결을 달리 가기보다 계속 강조하는 것처럼 온도 등 조리과정의 craftsmanship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달리 말해, 평범하지만 완성도가 높은 빵이 대량생산을 통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몇몇 취미의 세계에서 ‘커스텀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수제 버거 ‘무브먼트’에서도 돌고 돈 끝에 기본적인 빵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의 수제 버거는 아예 기본빵에서 출발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감자인 프렌치프라이. 맛이 없다. 일단 소금간이 안 되어 있다. 치즈 프라이 등등을 시키면 소스로 간을 맞춰 먹으라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하고 금방 물린다. 게다가 질감도 바삭함과 눅눅함의 중간 어딘가의 괴상한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서 지금까지 언급한 감자빵의 뜨겁고 미끈하고 끈끈한 버거와 맞물리면 총체적인 질감은 한층 더 나빠진다.

3 Comments

  • Zo says:

    저의 경우 프렌치프라이의 소금간은 셀프바에 있는 핑크소금과 페퍼밀을 애용합니다. 애초에 간을 왜 안 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 Joe says:

    재밌는게 뉴욕타임즈에서 꽤 인지도 있는 음식평론가도 쉑쉑버거 본점의 감자튀김을 심하게 비판했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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