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IMG_8933올 초, 23년 묵은 메일 주소로 그가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어디에선가 나의 글을 본 기억이 있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악마로부터의 좁쌀만한 격려라도 허겁지겁 빨아들이며 견뎌야만 할 상황이었으므로 나는 그가 고마웠다.

그리고 오늘, 메일 주소와 똑같은 23년의 시간을 마감한다는 마지막 앨범을 들었다. 햇살이 뜨거운 가운데 피해서 그늘로만 걸어다니면서 듣기에 딱 좋은 곡들이었다. 빛이 존재하기 때문에 똑같이, 하지만 반대로 빛나는 그늘을 위한 노래라고 말하면 될까. 소리가 이루는 공간 속에 고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버스로 반포대교를 건너며 ‘말하고 있어/그 모든 게 네잘못은 아니라고//원하고 있어/이런 나의 마음이 전해지길’이라는 가사를 듣고 나는 속으로 울었다.

너무나도 우연히 초판이 소량 교보 핫트랙스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사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음반을 틀어 놓고 소파에 누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너무나도 개인적이기 때문에 차마 쓸 수 없고 쓰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잊지 않으리라 믿고 있으므로 굳이 끌어 올려 남기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5집도 분명히 한데 꽂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하나의 시대가 또 막을 내렸다.

 

1 Comment

Leave a Reply